SNS에 양육비 밀린 남편 신상 공개한 아내, 명예훼손 벌금 100만원

황효원 기자I 2021.03.23 16:23:38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아이 양육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은 전 남편을 온라인에서 헐뜯은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 파더스’ 사이트.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전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로 A(45)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전 남편 B씨와 이혼한 상태였던 2019년 7월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을 공개한 온라인 사이트) 링크 등을 공유하며 “(B씨로부터)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당시 배드파더스에는 B씨 얼굴 사진과 신상이 공개돼 있었다. B씨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던 2개월 동안 양육비 4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보낸 것으로 정해졌다.

B씨는 고소로 사건을 살핀 검찰은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피고인에게 피해자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와 ‘피고인이 사회 상규에 벗어나는 행위를 한 건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검찰은 “피해자는 그 몇 달 전부터 계속 양육비를 주다가 사업이 어려워지자 미리 양해를 구하고 딱 두 달 치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신상정보와 사진이 모두 공개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고등학생인 자녀 두 명에게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때 피고인은 양육비 때문에 대출까지 받았던 상황”이라며 “예컨대 성폭력 미투나 학교폭력 사건처럼 사실을 적시한 피고인을 처벌하는 게 과연 맞는지 국민 여러분께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배심원 7명은 SNS에 B씨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공개한 것은 유죄, A씨가 B씨 지인 등에게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배드파더스 링크를 보낸 건 무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도 “SNS에 피해자 신상을 올린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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