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내연기관 퇴출, 온실가스 발생을 車에서 발전소로 옮기는 것"

이승현 기자I 2020.11.26 15:01:07

산업연합포럼·車산업연합회 ''기후변화 대응'' 포럼 개최
"전기차, 전기 생산과정까지 따지면 CO2 배출량 많아"
"내연기관 탄소 저감 함께 지원하는 등 속도 조절 필요"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현재 기술수준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란 주장이 제기됐다. 전기차 자체가 배출하는 CO2의 양은 적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CO2를 배출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내연기관차의 탄소 저감화 등을 병행해야 정책적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과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6일 오전 9시 30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업 및 에너지 분야 전환 과제’를 주제로 제6회 산업 발전포럼 및 제11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내연기관차 퇴출정책은 자칫 온실가스 발생을 자동차에서 발전소로 옮기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다”며 “세계에는 약 13억대 차량이 운행 중인데 2035년까지 다른 것은 일정하되 모든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고, 이중 절반만 동시 충전한다 해도 3000GW의 현 발전설비 규모는 7500GW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면서 석탄발전량 증가를 우려했다.

작년 4월 독일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디젤자동차 CO2 배출은 원유 시추·생산 단계에서 24g/km, 주행 단계에서 117g/km이 발생함으로써 최종 배출량은 141g/km로 나타나는 반면, 전기동력차는 발전원별에 따라 더 많은 탄소배출이 나온다.

전기차 주행 시 CO2 배출량은 무연탄 발전 전기 사용 시 159g/km, 갈탄발전 전기 사용 시 204g/km, 가스발전 전기사용 시 83g/km이 발생하며,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에서도 CO2가 73g~98g/km 배출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무연탄 발전 전기차는 232g~257g/km, 갈탄발전 전기차는 277g~302g/km, 가스발전 전기차는 156g~181g/km이 발생한다. 디젤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탄소배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혁신 노력은 진행형이어서 어떤 에너지원을 쓰는 차량이 Well to Wheel(유전부터 바퀴까지) 관점에서 친환경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점과 전기차만 판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배터리 원료 조달 애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덕 서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민경덕 서울대 교수 역시 “전기·수소차도 생애 전 기간 중 에너지 사용을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하는 경우 발전·생산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청정에너지 생산정책과 친환경차 정책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청정 전력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과 대도시 지역의 전력망을 개선하는 등 전력수요 증가와 편의성 강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이어 “현재의 전력 Mix를 고려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전주기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은 유사한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수송부문의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해 현재의 Tank-to-Wheel(연료탱크-주행) 기반이 아닌 Well-to-Wheel(유전부터 바퀴까지) 또는 LCA 기반의 연비·온실가스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조금 위주의 전기·수소차의 보급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므로 배터리 가격과 수소차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장기적인 R&D와 인프라 구축, 중단기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전환을 대비할 수 있게 하는 하이브리드차 보급정책을 장려하는 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오 배충식 KAIST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의 탄소 저감과 전기·수소차 기초기술 개발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청정연료 기반의 내연기관 가격경쟁력 확보와 전기·수소차의 보급을 지원하는 등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은 “친환경차 정책은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부품산업 생태계의 친환경차 전환 속도, 차량 전주기평가(LCA)를 고려한 에너지 전환 정책과 비용, 충전인프라 구축 등 보급 여건이 고려돼 수립돼야 한다”며 “이러한 3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지난 23일 발표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2035년 또는 204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정책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친환경차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