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 전 실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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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정 관리 비서여도 당선인이 굉장히 바빴을 것 같다. 어떻게 잡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잠깐 시간을 내서 면담 일정을 내는 것은 가능했다. 잠깐 일정을 내는 것은 공식일정이 아니라 당신인이 집무실에 있을 때 허락을 받고 잠깐 뵙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답했다.
◇“취임직전, 이팔성에게 MB 면담 일정 잡아줘”
김 전 실장은 비망록 2008년 2월23일자에 ‘12:20분 대통령 (취임식 이틀 전)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약 2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웨이팅. 김희중 항상 고마웠음’이라고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도 “2008년 2월23일 서울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에서 면담을 잡아준 게 맞다. 당시 이 전 부회장이 민원인 대기실에서 꽤 오래 기다리며 저와 장시간 대화를 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망록 2008년 4월16일자에 ‘김희중 부속실장 면담. 본관’이라고 기재된 것에 대해선 “이 전 부회장이 청와대로 저를 찾아와 본관 검색대 옆 허름한 방에서 잠깐 만나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이 전 부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관심이 많아 꼭 될 수 있도록 이 전 대통령에게 말해달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비망록 속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전 회장이 자신에게 돈을 건넸다고 적힌 내용에 대해서도 맞다고 인정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서울시향 대표로 공무원 생활을 하신 분이다. 직원들 격려하라고 해서 죄의식 없이 받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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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당초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임명 부정적”
김 전 실장은 이 전 회장의 공직 임명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선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본인의 거취에 고민이 많았고 한국거래소 이사장, 산업은행 총재 등으로 임명되길 희망하고 있었다”며 “저 이외에도 소위 실세라고 불리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해 본인 거취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회장은 저나 다른 청와대 인사들을 통해 거래소 이사장 임명을 강하게 추진했으나 서울시 인맥이라는 이유로 노조 반대가 심할 것이라는 청와대 경제 파트 사람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얘기를 김명식 전 인사비서관에게 들었다. 정권 초기 부담스러운 인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을 우리금융 회장이나 다른 금융사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며 “이 전 회장을 건의드렸을 때 좀 뜸을 들이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해 “서울시향 대표가 서울시장에게 보고를 하려면 문화국장과 같이 보고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전 회장이 어느 날에 문화국장 없이 독대보고를 한 것을 보고 ‘수완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 전 회장으로부터 맞춤 양복을 상납받았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어느날에 이 전 회장이 대뜸 ‘시장님 정장 치수 재려면 언제쯤 가는 게 좋으냐’고 물어봐 일정을 잡았다”며 “이미 다 얘기가 된 것 같아 이 전 대통령에겐 따로 보고하지 않았고 그 날짜에 양복집 직원이 집무실로 와 치수를 확인 후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22억623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