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재 오산시장 VS 시의회 민주당 극한대립.. 그 배경은?

황영민 기자I 2023.03.23 17:48:26

올해 1회 추경 예산안 중 시장 역점사업 대거 삭감
본회의장에서 집행부 집단 퇴장 과정서 설전 펼쳐
SNS에서도 2차 장외전.. 갈등 회복은 요원

오산시의회 본회의장 전경.(사진=오산시)


[오산=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다음부터는 시장님과 절대…” “나 안 올거니까 걱정하지 말어”

지난 22일 오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성길용 오산시의회 의장과 이권재 오산시장간 설전 중 일부 대화다.

경기 오산시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충돌하면서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간부들이 본회의 중간에 전원 퇴장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이권재 시장과 시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간 유례없는 거친 설전이 펼쳐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추경 예산안 삭감으로 빚어진 분쟁

오산시의회는 기초의회 최소 정족수인 7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민주당 소속 의원은 성길용 의장을 포함한 5명, 국민의힘 의원은 2명으로 절대적인 여소야대 구조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이번 임시회에 오산시가 제출한 164억 원 규모 2023년 1차 추가경정 예산안에서 이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 13억 원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삭감되면서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액 삭감한 예산은 △경로당 임원연수 2100만 원 △민원실 환경개선공사비 5960만 원 △전국생활체육대회 개최 지원 2000만 원 △예비군훈련장도시개발구역지정 시설비 항목 도시개발구역지정용역비 3억 원 △세교1지구터미널부지 조성 타당성검토 용역비 1억5000만 원 △오산3하수처리장 건설-오산3하수처리시설 도시계획시설결정 용역비 3억원 등이다.

이중 ‘오산3 하수처리장 건설’ 관련 용역비의 경우 기존 오산1·2 하수처리장의 일일 처리용량이 80%에 육박하면서 추가 하수처리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추경안에 포함됐다.

현재 오산시 인구는 23만 명으로 올해 7월 입주가 예정된 세교2지구에 6만여 명이 신규 유입될 예정이다. 또 운암뜰 개발사업까지 포함하면 8만여 명의 추가 인구 증가가 예상되면서 오산3 하수처리장 신설을 위한 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당초 시는 이번 추경을 통해 도시계획시설결정 등 행정 절차를 진행, 중앙부처의 민간투자심의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추경예산안 삭감으로 2029년 3월 가동을 목표로 했던 오산3 하수처리장 신설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지난 2월 국방부와 토지 매각관련 사전협의를 진행한 ‘오산 예비군 훈련장’ 이전부지에 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 용역도 전액 삭감됐다. 유휴부지가 많지 않은 오산시의 여건상 9856만6000㎡에 달하는 예비군 훈련장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 사전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LH 소유 장기 미매각용지로 방치된 세교1지구 터미널부지에 대한 조성 타당성 용역 또한 이번 추경안을 통해 신규 편성되면 ‘세교복합터미널’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질 예정이었지만, 이 예산 또한 전액 삭감됐다.

◇시장과 의회의 극한대립, 해결될 여지는 요원

오산시의회는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이처럼 삭감된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수정안 의결에 앞서 이상복 국민의힘 의원이 성길용 의장에게 “이의가 있다”고 했으나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이권재 시장이 나서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성 의장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 시장은 본회의에 참석한 국·과장 등 간부공무원들에게 퇴장을 지시하며 본인도 본회의장을 나서려 했다.

이 시장은 퇴장하면서 성 의장을 햐해 “많이 하세요. 혼자”라고 했고, 이에 민주당 소속 정미섭 부의장이 따지고 들자 “본인이나 똑바로 해요”라고 응수하며 양측의 감정은 격화됐다.

이어 이 시장은 성 의장이 “다음부터는 시장님과 절대”라고 하자 말을 끊으면서 “나 안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어”라며 회의장을 벗어났다.

이 시장과 시의회 민주당의 갈등은 본회의가 종료된 뒤에도 SNS상 2차전으로 이어졌다.

이권재 시장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다수의 횡포에 이권재는 무너지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 시장은 “곳곳의 민생을 챙기고 오산의 발전을 위한, 미처 본예산에 담지 못한 사업들의 밑그림을 그릴 추경예산이 다수당의 횡포로 일방적으로 삭감당했다”며 “(삭감된) 용역들은 그동안 LH, 국방부, 국회, 경기도 등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며 엄청난 노력을 들여 어렵게 이끌어낸 오산 발전을 위한 사업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예산들이 시민들의 민생을 챙기고 오산의 발전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마중물이 될 예산이 아닌 이권재를 위한 예산이냐”며 “오산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의원들인지 아니면 거대 권력의 의중에 따라 이권재가 하면 무조건 막아야 하는 시의원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길용 의장 또한 곧이어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오산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문을 내놨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단 한 번도 다수당이라 횡포부린적도 다른 당이라고 네거티브한적도 없다”며 “선출직 정치인들은 시민들께 모두가 ‘을’이다. 하지만 ‘갑’ 인줄 아시는 독재의 횡포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이 시장의 비판을 맞받아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예결특위에서 추경 예산안을 심의함에 있어, 시민의 복리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합리적으로 편성되었는지, 낭비적, 선심성 요인은 없는지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그 결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산에 대해서는 전부 승인을 했으나, 행사성 예산, 선심성 예산, 시급하지 않은 예산, 시민단체 길들이기식 예산은 과감하게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권재 시장이 추경예산안 7%를 삭감했다는 이유로 시의회간 갈라치기를 시연하고 집행부의 불만을 조장하는 것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오산시민 위에서 군림하려는 어이없는 행동”이라며 “이러한 행위가 감시, 견제 역할을 하는 시의원들이 차후에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할 수 없도록 압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이냐”고 되물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오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권재 오산시장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이권재 오산시장은 앞으로 이런 일련의 사태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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