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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이 심판 청구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헌재는 제기된 사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심판을 종료하는 ‘각하’ 처분을 내리게 된다. 국회로서는 승패를 단숨에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내민 셈이다.
하지만 법무부 측 대리인인 강일원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 시절 전임 법무장관들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장관에게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있고 (검수완박 법안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이 침해된다면 장관의 권한도 직간접적으로 침해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대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적은 총 4번으로 참여정부 시절 천정배 전 장관이 최초로 사용했다가 15년간 사문화 상태로 있었다. 그러던 중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정부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추미애 전 장관이 2회, 박범계 전 장관이 1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들 사례는 뒤늦게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앞서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촉구했지만, 한 장관은 “추 전 장관이 이미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친정권 검찰로 알려진 사람들이 특수부를 동원해 2년간 수사했던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이원석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총장 지휘 하에 김건희 의혹을 적극 수사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압박에 “전임 법무장관이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지휘권을 행사해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과정에서 수사지휘권 문제가 다시 떠오르면서 민주당은 당분간 ‘김건희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를 요구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장관의 수사 권한 및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취임 전부터 장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한 장관은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언급을 최소화하거나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당초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인데다 법무부는 일반적인 지휘권이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총장한테 지휘할 수 있음이 지난 정권에서 확인됐다”며 “법무장관이 심판 청구 자격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다”고 관측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으로 심판을 청구한 것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번 사안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검찰 전체와 함께하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 법무부 장관 개인을 배제함으로써 사건 전체가 각하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