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서 ‘문전박대’…쿠팡서 판로개척한 세제 기업

윤정훈 기자I 2022.04.04 14:49:05

이니셜텍, 세탁기용 캡슐·식기세척기용 태블렛 세제 생산
기술력 있지만 인지도 낮아 초기 판매 어려움 겪어
쿠팡과 협업해 PB제품 생산…2년만에 매출 400%↑
공장 2곳 증설 일일 1000만개 제품 생산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힐 순 없지만 세제는 묻지 않게 해줄게요.”

이니셜텍은 국내에서 캡슐형 세제를 처음 개발한 업체다. 캡슐형 세제는 가루형, 액체형과 달리 1회분씩 나눠져 있어 사용이 편리하고 가벼운 것이 장점이다. 이재진 이니셜텍 대표는 캡슐형 세제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2016년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창업에 도전했다.

(사진=이니셜텍)
이 대표는 2년간 연구 끝에 캡슐형 세제를 개발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인지도가 낮고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납품할 수 없었다. 이때 손을 잡아준 곳이 쿠팡이다.

이 대표는 “기술력은 있지만 판로가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판로를 알아보다가 쿠팡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쿠팡의 자체브랜드(PB)인 탐사로 만든 이니셜텍의 캡슐형 세제는 가성비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글로벌기업 헨켈 퍼실(Persil)에 이어 2위를 기록중이다.

캡슐형 세제 론칭에 성공한 후 이 대표는 곧바로 식기세척기용 태블릿형 세제 개발에 나섰다. 식기세척기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어 고객 수요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니셜텍은 소용량 세제를 원하는 국내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소용량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당시 해외 생산 태블릿형 세제는 20g으로 12~14인용 식기세척기에 맞춰 있었다. 4~6인용 식기세척기를 쓰던 국내 고객은 이 세제를 가위로 번거롭게 잘라써야 했다. 이니셜텍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금의 8g 제품을 개발했고 얼룩을 최소화하는 린스 성분을 추가했다. 이 대표는 “수천, 수만 번에 걸쳐 반복 실험을 한 끝에 수용성 필름(PVOH)과 세제를 열압착한 패키징 기술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탐사 올인원 식기세척기 세제 태블릿’은 쿠팡에서 독일 브랜드 프로쉬(Frosch)와 어깨를 견줄만큼 성장하며 판매 1위를 넘보고 있다.

이니셜텍은 쿠팡에서 약진한 덕분에 2019년 5억원 수준의 매출이 2020년 15억원, 작년에는 2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00% 성장한 50억원으로 매출 목표를 잡았다. 매출이 급증하면서 현재는 공장 2곳을 증설하고 하루 1000만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직원수도 2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

이전에 문전박대 당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이니셜텍 제품이 입점하는 등 오프라인 판로도 확대 중이다. 학교와 복지기관 등에도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근력이 약해 무거운 액체 세제를 들기 어려운 노년층과 지체장애인 등에게 캡슐세제 제품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거래처에서 문전박대 당하기 일수였는데 쿠팡에 납품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국산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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