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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유튜버 무서워요"…'치킨 먹튀' 조작 유튜버 또다른 피해자 입 열다

김보겸 기자I 2020.07.03 18:43:43

송파서, 3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 송대익 고소 접수
지난해 5월에도 카센터 ''장기밀매집단'' 조작 영상 올려
카센터 사장 "팬들이 조롱…기업이 나서줘 고맙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유명 유튜버는 거의 연예인 급이라 싸울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기업이 강경하게 대응해서 저같은 개인 사업자는 너무 고맙죠.”

3일 오후 경기도 모처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A(32)씨는 이렇게 말했다. ‘배달원이 먹던 치킨을 줬다’며 조작 의혹 영상을 올린 유튜버 송대익(27)씨에 대해 해당 업체가 형사소송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A씨는 자신도 송씨의 또 다른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달 28일 유튜버 송대익씨는 ‘배달원 치킨 먹튀’ 조작 영상을 올렸다 (사진=유튜브 캡처)
◇‘배달원 먹튀’ 조작방송에 해당 업체 고소장 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3일 송씨의 영상으로 피해를 본 ‘피자나라 치킨공주’ 운영사인 리치빔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지난달 28일 “누가 한 입 먹은 듯한 치킨과 두 조각 모자란 피자가 배달왔다”는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올려 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해당 업체는 송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송씨는 1일 해당 영상이 조작이었다고 사과 영상을 올렸다.

송씨의 조작 방송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5월 그는 유튜브 채널에 ‘장기밀매범을 만났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각종 연장들과 남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을 가리키며 ‘범죄 소굴’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해당 장소는 A씨가 운영하는 자동차 수리센터였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A씨와 그의 아버지였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A씨 부자를 송씨가 ‘장기 밀매범’으로 묘사한 것이다. A씨는 “당시 영상을 찍는 이들을 발견했지만 그냥 넘겼다. 그랬더니 제가 운영하는 사업장이 범죄 소굴로 묘사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5월 송대익은 ‘장기매매 범죄집단을 만났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해당 영상에 등장한 건 A씨가 운영하는 카센터였다. (사진=유튜브 캡처)
◇묵묵부답 송대익보다 팬들이 더 무서워

A씨는 송씨 측에 영상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유튜브 송대익 채널에 알림 설정까지 해 놓고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카센터 영상을 내려 달라’는 댓글과 함께 제 메일 주소를 적어 뒀어요. 근데 한 번도 연락을 받지 못했어요.”

묵묵부답보다 그를 더 힘들게 만든 건 송씨의 팬들이 남긴 댓글이었다. “송대익 구독자들이 제 댓글 밑에 ‘카센터 위치가 어디인지도 안 나오는데 왜 이리 부들부들대냐’, ‘어둡고 외진 곳에 있으면 (장기 밀매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더라구요.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이유가 이해가 될 정도였어요.”

이번 ‘배달원 먹튀’ 논란이 일었을 때 역시도 송대익 채널의 구독자들은 조작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송씨가 영상을 올린 바로 다음 날, 다른 유튜버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구독자들은 ‘생방송을 어떻게 조작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신고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A씨에겐 어려웠다. A씨는 “유튜브에 전화를 해 보니 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유튜브에 자신의 사업 활동을 비방하는 영상이 올라왔다며 한 사업가가 이를 신고했지만, 유튜브 측에서는 신고 내용을 검토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씨는 결국 영상 삭제를 포기했다. 송대익 채널에는 최근까지도 해당 영상이 올라와 있다가 ‘배달원 먹튀’ 조작사건으로 이목이 쏠리자 돌연 사라졌다.

A씨는 “이미 피해 볼 사람은 다 봤는데 이제 와서 영상을 내리면 뭘 하나”라고 토로했다.

◇선 넘은 유튜버 조작방송…형사에 이어 민사소송 가나

이날 피자나라 치킨공주를 운영하는 리치빔은 송대익에 대한 형사소송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리치빔 측은 “모두가 힘든 시기를 어렵게 이겨내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가맹점의 피해를 야기했다”며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법조계에서도 명예훼손과 영업방해 등 형사소송뿐 아니라 민사 영역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청구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조작 방송으로 인해 줄어든 매출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힘들지라도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있다는 전망이다.

A씨는 “개인에 불과한 제가 백만 유튜버를 건드리기에는 팬들도 무섭고 심리적으로도 버틸 자신이 없어서 법적 대응은 엄두도 못 냈다”며 “이렇게라도 기업이 나서 줘서 고맙다. 마음 같아서는 리치빔이 송씨에게 손해배상 책임도 물어 엄벌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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