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학의 수사단 "과거에 왜 그렇게 못했냐 말하기는 쉬워"

송승현 기자I 2019.06.04 15:26:09

김학의 뇌물 혐의로 기소·성범죄 혐의는 제외
곽상도·이중희 등 靑 민정라인 수사외압 의혹 불기소
과거 부실수사 의혹 시효 완성에 수사 불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지난 2013년 불거진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 관련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58)씨를 4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수사외압 의혹과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고위 간부의 부당개입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김학의 수사단’ 단장인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과거엔)윤씨가 뇌물과 성접대, 성폭행 자체를 전면 부인했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한 게 과거 수사와 가장 큰 차이”라며 “윤씨가 대가를 바랐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과거 검경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는 “과거에는 왜 그렇게 못했냐고 말하기는 쉽다. 수사하는 입장에서 모든 사건은 부실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다음은 여 단장과 일문일답.

-당시 경찰이 청와대에 (별장 성접대)동영상 보고를 안 했다는 결론이 나왔나.

△경찰 수사지휘 라인에 있던 고위 관계자가 ‘(경찰 수사) 팀장급에서 이 정도 내용을 알고 있고, 진행도 됐다면 당연히 자기에게 보고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청와대에서 지속적으로 동영상 확보 가능성이나 내사 여부에 대해 물어보고 있고, 이 정도 중요 사항이면 청와대에 보고했어야 한다’고도 했다. 경찰 고위 간부 판단으로 돌리겠다.

-경찰이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한 시점(2013년 3월 19일)이 달라지나.

△(피해여성이)3월 초에 동영상 내용을 다 보여줬다고 한다. 달라는 얘기가 없어 이미 다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취지다. 그 후 3회에 걸쳐 상세한 진술서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경찰이 언제든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확보한 상태라고 보는 게 맞는 듯하다.

-경찰이 적어도 동영상을 봤다고 할 수 있는 시점은 3월 1일인가.

△피해 여성은 3월 1일이나 2일에 보여줬다고 한다. 3월 4일 이전에 보여준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당시 경찰 수사팀과 고위 관계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가.

△전혀 상충되는 건 아니다. 팀장이 동영상을 받았는데 자기는 윗선에 보고를 했다고 한다. 반면 중간 라인인 계장 등 간부는 보고를 안 받았다고 한다. 다만 수사국장은 이 정도 사안을 왜 나에게 보고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상태다.

-청와대 인사는 김학의 동영상이나 내사 사실을 몰랐다는 건가.

△경찰이 이런 내사활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수사국장에게 요청을 하긴 했다.

-보고 관련해 경찰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있는지.

△경찰청이나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 했지만 전혀 자료가 없다. 기간이 너무 오래 지나 서버 자체가 교체된 상태였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내사 착수 경위는 확인하기 어렵다. 경찰도 그 경위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

-(경찰이 청와대에)서면 보고한 자료는 확보했나.

△(김 전 차관)내정 사실 발표한 날, 청와대 서면자료를 확보했다. 당시 수사기획관은 업무일지에 경찰 내부에 구두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정무수석실에 서면으로 팩스 보고했다는 진술도 있다.

-경찰이 내사를 했다고 판단하나.

△이메일 진술서를 받았을 때부터 내사라고 판단하고 있다.

-2013년 1차 수사에서 피해 여성이 ‘윤중천 강요로 김학의와 집단 성관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할 때는 (피해 여성이) 경제적 피해만 주장했다고 하는데. 당시 검사가 누락한 것에 대한 고의성은 있었는지.

△전체적 취지가 경제적 피해를 위주로 썼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강요에 의해 성관계한 게 성범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윤씨 강요만으로 성관계를 한 게 성폭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찰 인사 불이익은 정무수석실 권한인데, 정무수석실 조사는 어느 수준까지 했는지.

△당시 정무수석실 인사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다.

-청와대가 김학의를 두둔한 이유와 그 배경이 뭐라고 보나.

△직권남용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다. 곽상도, 이중희 등 정무수석실과 비서관까지 조사했는데 대통령의 내정 경위까지는 조사할 수가 없다.

-김학의가 일반 전화를 받아 윤씨 사건을 알아봐 준 것으로 보고 있나.

△당사자는 부인하지만,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의가 파악한 뒤 다른 통로를 통해 윤씨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경로가 박충근 전 차장검사(변호사) 아닌가.

△법정에서 보려고 한다. 박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수사를 안 한 것은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과거 뇌물 혐의 불기소 처분을 직무유기로 보는가, 아니면 직무유기인데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벌 불가라는 것인가.

△직무유기는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법적으로 수사가 불가능했다. 당시 여성들은 성접대를 주장한 게 아니라 강간 피해를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도 윤씨 주변인을 많이 조사했다. 결국 대가성이 없어 성접대를 뇌물로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도 그렇게 주장한다. 검사들도 그런 취지로 말하고 있는 상태다. 성접대만 있었다면,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경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도 대가성 입증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검찰이나 정보기관 통해 김학의 동영상 확인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동영상 유통경로 명확하지 않은데, 경찰에서 알게 됐고 경찰에 넘어간 경위는 확인이 어렵나.

△동영상 유통경로는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건 아니다. 이건 각론이다.

수사팀 입장에선 수사팀이나 정보에 관련된 모든 경찰은 외압을 받은 바가 없다고 한다. 질책이나 외압을 했다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 과거사위 조사단에서 수사권고 할 때는 당시 청와대 박모 행정관 면담 조사에서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곽상도와 이중희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를 권고한 듯 하다. 그 행정관은 조사단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말단부터 위에까지 외압이 없었다고 한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인사권은 경찰청장이 갖는다. 경찰청장 말도 자기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인사를 한 것이지 부당한 인사가 아니라고 한다. 인사작업을 했던 인사팀도 부당한 인사는 아니라고 했다. 더 이상 직권남용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사람을 부르려면 혐의가 있어야 한다.

-김학의가 윤씨 등에게 먼저 뇌물을 요구한 정황은 있는지.

△요구했다. (향응을 줬다고 지목된) 최씨 진술로는 옷을 먼저 사달라 등 요구를 했다고 한다.

-조사단에서 수사를 권고한 근거로 청와대 행정관 진술을 들었는데 그것 뿐인가.

△여러 가지 근거가 있을 것이다. 유일한 증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사건처리 과정이 석연치 않으니 여러 정황을 합쳐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성범죄 수사는 더 남아 있나.

△여성 최모씨가 김학의와 윤씨를 고소한 게 있다. 이 부분 수사가 필요하다. 다른 성범죄 피해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그리고 일부는 연락이 아예 안 되거나 진술 안 하겠다고 한다.

-강간치상 혐의가 과거에는 인정되지 않았고 지금은 인정됐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의 진술을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다. 전체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권씨를 무고로 기소한 건 조사단 권고도 있었다. 이번 수사에서 새로 발견한 사진이 있었다. 이 사진에 대해 처음부터 여성이 사진촬영이 있었고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진을 바탕으로 여성의 진술을 믿을 만하다고 봤다.

또 상해와 관련해서 이전 수사에선 상해 명이 나오지 않았다. 참고인들도 피해 여성의 진술과 부합하는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김학의와 윤씨는 언제 어떻게 알게 됐나.

△모 인사를 통해서 서로 소개 받았다고 한다. 윤씨와 소개자의 진술이 달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윤씨에게 접대받은 다른 사람은 논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윤씨에게 공갈당한 사람 5명이라고 하던데.

△다른 남성과 찍은 영상은 김학의 동영상이 유일하다. 그 5명은 공갈당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접대 받은 사회 유력인사가 10명이 넘는다.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모든 죄를 동원해도 이미 시효가 지나 논의를 할 수 없다.

-잔여 수사에서 한상대 전 총장 수사가 가능한지.

△현재로선 단서가 없어 수사 착수가 어렵다. 그러나 윤씨가 진술을 한다면 변수가 될 수 있다.

-과거 부실수사 의혹은 혐의가 없다는 건가, 아니면 시효 때문에 수사를 못 한다는 건가.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수사를 더 못한다. 더 엄격하게 조사를 하려면 시효가 있어야 하는데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경찰이 (2013년 송치 당시) 뇌물 혐의를 미적용한 건 검찰 수사지휘에 따른 것인가.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경찰이 자체 판단을 했다고 한다.

-수사단장으로서 수사 권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권고하거나 촉구해도 혐의가 없으면 수사 못 한다. 곽상도가 혐의가 있으면 소환할 텐데, 혐의가 없으면 불러 조사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그런 아무런 잘못이 없었나.

△범죄혐의를 찾을 수가 없다. 도덕적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2013년 수사 당시 왜 성범죄 혐의를 규명하지 못했나.

△어느 사건이든 (시간이 흘러)뒤에서 얘기하는 건 가장 쉽다. 윤씨가 진술을 바꾼 게 가장 컸다. (2013년 당시) 윤씨가 뇌물과 성접대, 성폭행 자체를 전면 부인했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했다. 지금은 ‘나중에라도 부탁할 게 있지 않았겠습니까’라면서 대가 관계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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