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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서 민수 비중 확대…이르면 2030년 민항기 초도기 생산
김조원 KAI 사장은 17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주관 기자간담회에서 “KAI가 정부의 군수공장에서 벗어나 진정한 항공우주업체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며 기존 방위산업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민수사업 비중을 더욱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김 사장은 최근 남북 화해무드에 따른 경제협력 가능성을 지목하고, 2026년 한국산 민항기 자체 개발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사장은 “북한이 세상에 오픈되면 중국 동북3성도 함께 오픈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때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키는 물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당 지역에 관광이 활성화되면 최소 5만명 이상이 머물러야하는데 500명을 싣는 비행기가 몇 백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북 경협으로 항공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KAI는 50~70석급 민항기를 개조개발, 총 12조원 규모 400대(국내 150대, 해외 25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함께 자리에 참석한 윤종호 고정익C.E 상무는 “어떤 공항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조사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또 어떤 규모와 용도로 항공기를 만들지도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약 10년여의 시간이 든다”며 “이르면 2026년을 한국 자체 브랜드 완제기 신규 개발 출발선으로 보고 있으며, 2030년 정도 초도기를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4차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개인용 무인이동체(PAV) 개발도 나섰다. 윤 상무는 “현재 우버나 구글 등 수많은 업체들이 PAV를 개발 중이나 어느 하나도 동일한 기술이 없으며, 향후 자동차 모델 숫자만큼이나 모듈이 많아질 것”이라며 “KAI는 눈치를 잘보고 있다가 제일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으로, 현재 지상주행체 및 비행체 관련 요소 기술 개발은 이미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갖춘 회사로 탈바꿈…방산 수주는 냉정하게 봐달라”
김 사장은 2017년 10월 취임 이후 그간의 경영혁신 성과도 공유했다. 먼저 김 사장은 “취임 당시 KAI는 내부 통제·관리 시스템이 모든 면에서 굉장히 느슨했다. 관리하고,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작동을 안하고 편한대로 의사결정한 데서 나타난 것이 2017년 조 단위의 분식이다”라며 “정부 또는 오너 등 특정인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게 아니라 규정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화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뼈를 깎고 가죽을 벗기는 노력을 이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KAI의 매출액은 2017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100억원(잠정치)으로 개선됐다. 전체 매출액 중 민수사업 비중은 설립초기인 2000년 86%에서 지난해 40%로 낮춘 반면 완제기 및 민수기체부품 비중은 14%에서 60%로 크게 높였다.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늘어 지난해 2조8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가 항공우주산업을 위해 협렵업체 수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이었다. 김 사장은 “완제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티어 1, 2 업체 200여개가 모여야하는만큼 항공우주산업은 전문화된 수많은 협력업체를 필요로한다”며 “이에 KAI는 새롭게 항공우주산업에 진입하는 협력업체를 늘리려 노력했고, 2018년 초 220여개에서 2018년 말 330여개로 110개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수주전 고배에 이어 최근 필리핀 수리온 수출마저 성사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김 사장은 “무기를 판매하는 일”이라며 “냉정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제질서 속에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라며 “KAI는 수요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며 정치적, 국제적 여건에 잘 적응해 틈새시장을 노릴 것이며 넓고 길게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리핀 수리온 수출건과 관련해서는 “우선협상자로 가격을 크게 낮춘 록히드마틴이 선정됐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