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하루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상·하한폭을 30%로 상향 조정한 뒤로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6거래일 연속 상한가 종목이 등장하고 있다. 일주일 새 주가가 2~3배 급등한 종목이 잇달아 나타나면서 코스닥시장에서 `묻지마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테마주(株)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급등주를 쫓아가는 형태의 추종매매는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상화폐·대마초 등 신사업 기대에 상한가 행진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개인 및 기업 신용평가업무를 담당하는 SCI평가정보 주가는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1090원에서 5230원으로 379.8% 급등했다. 한국거래소가 단기과열 완화장치를 발동해 지난 5일 거래를 일시 중단했지만 상승흐름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본업과는 관련성이 거의 없는 가상화폐 거래소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SCI평가정보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앞서 SCI평가정보는 지난달 28일 100% 출자방식으로 설립한 가상화폐 거래소인 에스코인을 6일 오픈한다고 밝혔다. 에스코인은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5종에 대해 먼저 거래를 시작했다.
SCI평가정보가 급등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관련 테마는 날이 갈수록 확대됐다. 이날도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8개 상장사 가운데 폐기물 처리업체인 한일진공, 광학기기 전문업체인 디지탈옵틱 등 주가도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 이슈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케이피엠테크 제이씨현시스템 등 가상화폐 테마주에 편승한 상장사도 20% 이상 급등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마초 판매점 법인 지분 취득을 검토 중인 뉴프라이드도 지난달 29일부터 닷새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은 주가 급등에 따라 하루 동안 주식 거래를 하지 않았다. 1295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닷새 만에 4775원으로 뛰었다.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SCI평가정보나 뉴프라이드를 보면서 투자자는 잘만 고르면 단기간에 원금을 3~4배 불릴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며 “주식 투자를 하는 강력한 유인책 가운데 하나가 급등주의 출현”이라고 설명했다.
◇우선주 등 호재 없는 이상급등종목까지 속출
급등주가 잇달아 나타나면서 이상 급등 현상도 많아지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우선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태양금속우선주는 이유없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가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시가총액 136억원인 태양금속우선주의 하루 거래대금은 이에 육박하는 131억원에 달했다. 대원전선우선주 주가도 장중 3105원까지 치솟았다가 25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갑자기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테마주로 거론됐던 바른손·DSR제강·DSR·써니전자 등이 급등했던 이유도 `묻지마 투자`의 여파로 풀이됐다. 전날 바른손과 DSR제강 주가 역시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이들 종목 역시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우리들휴브레인이 사흘 연속 상한가 행진을 지속하면서 일부 투기세력이 같은 테마로 엮인 상장사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했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급등주는 언제라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유없이 오르는 상장사에 대해선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