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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전 美대통령 "미국인, 우리가 누군지 결정해야"…트럼프 우회 비판

방성훈 기자I 2017.12.05 16:14:05

NYT 기고문서 ''오바마 뒤집기'' 지적 등 현 정부 비판
"국가, 사회와 다른 길 걷고 있어…진전 되돌리며 시간 낭비"
"SNS, 민주주의 위협"…러시아 美대선 개입·트럼프 ''트위터'' 연상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종, 종교, 성(性) 정체성, 출생지를 중시하는 종족주의(tribalism)가 포용적 민주주의(inclusive nationalism)를 대체하는 일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내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패배 이후 침묵을 지켰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그는 4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미국은 많은 분야에서 진전을 이뤄내고 있지만, 국가로서는 매우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반(反)이민정책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전환점이 됐다면서 “포용적 민족주의 속에서 (우리는)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며, 더 큰 미국 공동체를 아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고문 제목에 드러낸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 슬로건을 가져와 ‘미국인(American)’으로서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대규모 감세정책, 반이민정책, 고등교육과 빈부격차, 핵확산 및 테러리즘, 기후변화 및 대체에너지 개발, 사이버 안보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현 정부 정책들을 비판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령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그동안 사회 전반에서 이뤄진 진전을 되돌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바마 뒤집기’에 혈안이 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일침을 가한 셈이다. 특히 사이버 안보 위협과 관련해선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분노와 가짜 맹신이 진실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거나 이성을 정복하는 일이 너무 잦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은 스냅챗, 트위터 및 페이스북 등 (온라인) 세계에서 동력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의 미 대선개입 의혹 및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 등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소셜미디어 창구의 범람은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국내외 극단주의자들의 침략을 가속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뢰가 사라지고 지식은 현상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럴 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미 인종, 민족, 연령에 따라 표적이 된 수백만명이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러한 환경에서는 누가 승리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분노와 갈등을 지지하고 부추기는 사람들을 ‘민주주의의 적(敵)’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들(적들)을 따른다면 우리의 가장 빛나는 날을 만들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5년 전 미국 대통령에 선출됐을 때 모든 미국인은 우리의 정의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헌법이 추구하는 목표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난 여전히 이를 믿고 있다”면서 “갈등을 넘어 협력을 증진하는, 뺄셈이 아닌 덧셈같은, 나눗셈이 아닌 곱셈같은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시민, 공동체, 그리고 국가로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옳은 결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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