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한 530여일 간의 싸움 끝에 2011년 6월 시행사와 ‘홍익대 인근에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음반 프로듀서 황경하(31·사진)씨는 “음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한 시기”라고 돌이켰다.
이듬해 5월 황씨는 거대 자본에 맞서 음악인들이 목소리를 내자며 ‘자립음악생산조합’을 설립했다. 발족 당시 채 100명이 안 된 조합원은 현재 약 250명 규모로 불어났다.
황씨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한 구도심에 고급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로 형성되면서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당장 공연 무대가 하나둘 사라지게 되자 음악인들이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최근 서울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앨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심사위원단 특별상을 받았다.
|
황씨는 “지치지 말고 계속 싸우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수상 소감 때 지난해 8월 마포구청의 아현포차 강제집행을 언급하며 “아현포차 할머니들의 삶을 돌려달라”고 했다.
조합은 특별상 수상을 기념해 한정판 카세트 테이프를 제작했다. 50여 명에게 받은 후원금에서 제작비를 뺀 돈은 아현포차 ‘작은 거인’의 주인 조용분(73) 할머니에게 전달한다. 아현동 재개발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조씨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서다. 오는 25~2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공연장 ‘요기가 널판’과 ‘채널1969’에서 개최하는 공연 수익금도 보탤 예정이다.
조합이 포함된 ‘아현포차지킴이’는 최근 할머니들이 새로 터를 잡은 경의선 공유지에서 올 들어 첫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봄이 되면 남은 노점마저 강제철거하겠다는 마포구청이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매주 목요일 문화제를 이어나갈 작정이다.
“음악으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영세상인들을 위한 황씨의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