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검찰의 포스코건설 사정 수사가 SK건설로 이어지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대기업 계열사로 있는 만큼 해외사업장 비리와 입찰 담합 등의 혐의로 다음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분양 등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면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내놓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3일 인천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SK건설로 수사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베트남 건설사업 담당 임원들이 현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부풀려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이들을 보직 해임하는 등 자체적으로 조치한 바 있다.
업계에선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의 불똥이 튈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해외건설의 경우 비회계처리 등 해당 국가의 특성에 따른 계약 조건이나 관행이 존재해 검찰이 마음먹고 수사하면 업계 전체가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베트남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포스코건설 외에 두산중공업(034020), GS건설(006360), 현대건설(000720) 등도 사업장이 많은 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발주처가 시공사를 상대로 의도적으로 공사비를 부풀려 책정하고 그 일부를 대가성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향후 관계도 있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국가의 관행은 검찰 입장에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기준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해외사업이 많은 건설사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검찰이 입찰 담합 사건에까지 칼을 들이대는 분위기어서 건설업계는 바짝 긴장한 상태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입찰담합으로 1조원을 웃도는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올해도 이미 400억원을 넘어섰다. 검찰은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만 부과받은 SK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SK건설은 담합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공정위에 고발요청권까지 발동했다. 고발요청권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기소)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검찰은 앞으로 공정위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경제도)’를 적용해 고발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고발요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방침이다. 이로 인해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설사들은 사정권 안에 들어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형사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한 뒤 벌어진 일이라 상당 기간 고강도로 진행될 듯하다”며 “오랜만에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는데 검찰 수사가 변수로 작용하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