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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던 '금사 제작기술' 복원…"3대가 매달렸다"

김성곤 기자I 2015.02.11 15:47:01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 교수팀
전통금사 제작기술·직금 제직기술 복원 성공
한지 배지 사용…한국 독자 금사 제작기술 입증
섬유문화재 체계적 재현·복원 기반 마련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11일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대에서 열린 금사 제작 및 직금 제직기술 복원 현장설명회에서 직물표면에 금사로 문양을 넣는 전통 수공 문직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부여=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금사’(金絲)는 가장 장식성이 화려한 소재다. 고려나 조선의 출토복식이나 궁중복식을 보면 금사 자수와 직금으로 한껏 멋을 낸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조선시대 영조가 사치를 이유로 ‘문직기’(紋織機)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전통 금사 제작기술의 명맥이 끊겼다. 이 때문에 그동안 섬유문화재를 전통기법으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섬유복원연구소가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문화유산융복합연구의 하나로 ‘전통 금사 제작기술’과 직물표면에 금사로 문양을 넣는 ‘직금 제직기술’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금사 복원 주인공 심연옥 교수 “3대에 걸쳐 이룬 결과물”

11일 오전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대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수십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김재열 한국전통문화대 총장은 “금사 제작기술의 단절로 섬유문화재의 복원이 쉽지 않았다”면서 “다년간의 연구 끝에 복원에 성공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금사는 맨 아래에 넣은 종이를 뜻하는 ‘배지’ 위에 아교 등의 접착제를 바르고 그 위에 금박을 올려 일정한 너비로 재단해 만드는 것. 현대적인 금사는 투명 필름지에 금색을 증착시켜 기계로 짜내는데 색의 깊이가 전통 금사에 미치지 못한다. 전통 수공 문직기의 경우 영조 9년(1733) 철폐 이후 직기의 원형 및 구조를 알 수 없어 ‘임원경제지’에 수록된 문직기도 등을 참조, 제작·복원에 성공했다.

금사 제작 및 직금 제직기술 복원의 주인공은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다. 심 교수는 2011년부터 4년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국내 최초로 전통금사 제작 및 직금 제직기술 복원에 성공했다. 심 교수는 이날 “금사 제작기술 복원은 은사와 30여년을 탐색하고 고민해온 것인데 연구를 도와준 학생들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3대에 걸쳐 이룬 결과물”이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 17세기 초 연화문직금단, 고려시대 남색원앙문직금능, 16세기 초 금원문직금능 등 복원 직금 직물 3종(사진=문화재청).


▲단절된 전통기술 어떻게 되살렸나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섬유복원연구소 연구팀은 2011년 문헌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금사 제작체계를 밝혀냈다. 2012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금사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기술조사를 수행했고, 2013년에는 금사 재현에 필요한 배지, 접착제, 금박 등의 최적 재료요건을 제시, 금사 제작에 성공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전통수공(手工) 문직기를 제작, 직금 제직기술을 재현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일본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독자적인 금사 제작기술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금사 배지 종류로 닥종이를 주로 쓰는 데 반해 중국은 상피지나 죽지, 일본은 안피지를 주로 사용했다. 종이가 귀한 중앙아시아의 경우 동물의 창자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아울러 직금 제직기술 등을 적용, 섬유문화유산 복원에도 성공했다. 보물 제1572호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의 복장 직물인 고려시대 ‘남색원앙문직금능’(藍色鴛鴦紋織金綾·수덕사 근역성보관 소장) 등 직금 유물 3점을 복원한 것.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통 금사로 짠 유물이 고려부터 조선까지 막대하다”면서 “그동안 금사기술이 없어서 원형 복원이 어려웠는데 앞으로 섬유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재현·복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조선시대 ‘임원경제지’에 실린 수공 문직기(사진=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섬유복원연구소가 복원한 수공 문직기(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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