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퇴직시대’ 맞은 미국…“생산성 향상·혁신 창출 기대"

방성훈 기자I 2022.01.04 17:12:06

미국 SNS서 이직·전직 위한 ''퇴사 선언'' 유행
작년 9월 자발적 퇴사 436만명 역대 최다
닛케이 “금융위기 대규모 퇴직, 핀테크 원동력”
“덴마크, 유연한 전직 환경으로 생산성 높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나 회사 그만 뒀다(I Quit).”

미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최근 이같은 ‘퇴직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재택·원격 근무가 일상화한 데다,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구인난까지 겹친 영향이다. 미 텍사스 A&M대학의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대퇴직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고 명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4일 미국 사회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자발적’ 이직·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때와 마찬가지로 생산성 향상 및 혁신을 창출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AFP)


◇자발적 퇴사자 역대 최다…인재이동이 혁신 낳기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의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둔 퇴직자 수는 지난해 9월 436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금융정보 제공업체 뱅크레이트가 작년 여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가 1년 내 전직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은 아예 직종을 바꾸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클로츠 교수는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일로 옮길 수 있도록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뉴욕의 한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던 빈센트 장씨는 지난해 가을 사표를 냈다. 금융 지식을 살려 개인투자자용 교재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한 그의 수입은 은행에 근무했던 시절보다 많다. 또 장씨가 인터넷에 올린 ‘연봉 12만 달러의 일을 그만둔 이유’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1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퇴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닛케이는 이같은 현상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대규모 퇴직 사태와 비교했다. 신문은 “인재의 유동화가 미 경제의 역동성을 뒷받침한 전례가 있다”며 “2008년 리먼 쇼크로 금융기관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핀테크 금융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뉴욕주에서 2008년 10월 이후의 5년 동안 금융·보험 업계에서 1만 4000명이 유출된 반면, 정보(IT) 산업엔 약 8000명이 유입됐다. 경제위기로 가속화 한 인재 이동이 혁신을 낳게 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금융위기 때엔 구조조정 등을 통해 강제 해고된 인원들이 대다수였던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자발적 퇴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덴마크에선 이직·전직 시스템 구축

일부 선진국에선 이미 구조적으로 이직·전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덴마크가 대표적이다.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57세의 키아스텐 코픽스씨는 총 세 차례 전직 경험이 있다. 첫 직장은 레스토랑 직원이었다. 하지만 일을 병행하며 정부로부터 한 달에 약 5000크로네(약 90만원)의 지원을 받아 컴퓨터를 공부해 28세 때 미 AT&T로 전직했다. 이후 건강이 악화해 질병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교사로 일하게 됐고, 현재는 언어 테라피스트로 일하고 있다.

코픽스씨는 “덴마크엔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체인 직업훈련학교가 있다. 기업과 노조가 협의해 실용적 커리큘럼을 결정하고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세금이 높다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연한 이직·전직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덴만크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10만 2000달러로 미국의 12만 6000달러보다 낮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덴마크(74.7달러)로 미국(72.1달러)을 웃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인재의 유동성이 높으면 경제 전체적으로 적재 적소에 인재를 재배치하는 것이 쉬워진다”면서 “한사람 한사람이 기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재도전을 쉽게 하는 구조를 구축하면 귀중한 능력이 사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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