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0조원 반도체 지원 통과 임박…삼성 투자 속도내나

배진솔 기자I 2021.07.12 16:24:09

미국혁신경쟁법 승인…8월 중 최종 입법
삼성전자, 20조원 美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 막판 고심
오스틴시 5나노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구축 보도나와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백악관과 상원을 거쳐 하원 통과를 앞두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발빠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60조원 규모 美 반도체 지원안 통과되나…삼성 투자 속도

1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승인했다. 지난달 미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현재 하원 통과를 남겨놓고 있다. 이르면 8월 중 최종 입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중국의 첨단 기업 등을 견제하기 위한 취지로 미국의 외교·산업·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기술 개발 등에 25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중 반도체 연구, 설계, 제조 등에는 520억달러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 정부는 이 정책을 시행하면 정부예산 외에 1500억달러 규모의 국내·외 민간 투자가 유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국 내 7~10개의 반도체공장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후 한 달이 넘도록 투자 지역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 애리조나주 피닉스, 뉴욕주 버팔로 등을 놓고 후보지별 인센티브와 세액 공제 등을 비교하며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가 받을 혜택이 늘어나면서 투자 결정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USICA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반도체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내 반도체 생산에 상당한 지원이 할당될 것”이라며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제공업체들이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연방·주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결정했다”며 “이르면 올해 3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가는 TSMC, “삼성 투자 속도 내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에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5곳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애플과 인텔의 3㎚ 공정 반도체 수주까지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55%, 삼성전자 17%다.

삼성전자는 2022년을 목표로 3㎚ 공정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퀄컴의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의 3㎚ 양산 시점을 2024년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도 결정할 때가 됐다”며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원금이 적지 않아 투자 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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