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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10년간 평균실적과 유사하고, 지난해 투자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됫 탓이라며 ‘한국 투자 위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FDI는 신고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35.7% 감소한 31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2년 1분기(23억5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실제 투자가 이뤄진 도착기준으로는 전년동기대비 15.9% 감소한 26억2000만달러였다.
FDI가 급감한 것은 우선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통상 환경이 급변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글로벌 FDI는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한 1조2000억달러에 그치는 등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우리의 주요 투자 ‘큰손’이 최근 2~3년간 해외투자를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EU의 FDI는 전년동기대비 47.3% 감소한 9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를 비롯해 EU경제의 침체 가능성 등으로 EU회원국이 역내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산업부의 분석이다. 다만 E-커머스와 2차전지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헝가리 S사는 5억6000만달러 규모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투자하기로 했고, 독일의 U사는 2000만달러 규모의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보복 이후 살아나던 중국의 FDI도 전년동기대비 88.0%나 감소한 1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외환보유고 감소세 전환을 방지하기 위한 외환관리규정의 강화로 해외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IT기술 관련 고부가가치 업종의 투자는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A사는 3000억달러 규모의 지능형 무선중개기 등 통신기기 개발 및 제조에 투자하기로 했고, V사는 3000억달러 규모의 틀라우드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의 FDI 역시 78.7%나 감소한 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특히나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서 한국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줄어들고 있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일본의 FDI도 전년동기대비 31.0% 감소한 2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일본은 내수회복과 2020년 동경올림픽 개최를 위해 자국내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아직 FDI가 심각한 위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FDI 실적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FDI가 하락 추세를 보이는 데다, 지난해 워낙 FDI실적이 좋은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좀처럼 FDI가 살아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미 금리역전 현상도 당분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5년 연속 200억달러 FDI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투기업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FDI가 급감한 데는 조세피난처 우려로 외투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제도를 지난해 말 종료하면서 올해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지난해 앞당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외투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재투자할 경우 외국인 투자로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도 국회에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