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대통령님, 저요 저요” 초등학생이 돼버린 靑출입기자들

김성곤 기자I 2018.01.10 16:03:10

文대통령 신년사 발표 이후 60분간 자유로운 질의응답
대통령 질문자 지명에 내외신 기자 250여명 질문경쟁
신년사 통해 “국민의 평범한 일상 더 나아지게 만들 것”
기자들 치열한 질문공세에 文대통령 다소 난감해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무술년 새해 기자회견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사전 시나리오 없는 자유로운 질의응답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면서 250여명의 내외신 출입기자들이 치열한 질문 경쟁을 벌였다. 저마다 마음 속으로 “대통령님, 저요 저요”를 외치는 진풍경은 청와대 영빈관을 마치 초등학교 교실처럼 바꿔놓은 듯했다.

◇긴장감 흐른 靑영빈관…文대통령 당당한 어조로 신년사 낭독

오전 9시 청와대 영빈관. 춘추관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준비해온 질문 내용을 점검하면서 사전에 배포된 대통령 신년사를 체크하거나 청와대 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눴다. 무대 전면에는 “2018 무술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또 재계총수와의 호프타임, 해외순방, 포항 지진피해 현장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활동상을 담은 사진도 전시됐다. 9시 30분 전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기자들이 참석을 완료했다. 9시 50분경에는 청와대 참모진들도 무대 우측에 모두 착석했다.

오전 9시 55분 문 대통령이 대기실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장내 착석 공지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은 9시 59분 임종석 비서실장, 주영훈 경호실장, 송인배 제1부속실장과 함께 영빈관에 입장했다. 기자들은 모두 기립해 박수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10시 정각 무대 중앙에서 마이크를 잡고 차분하게 신년사를 낭독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 정부와 나의 목표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집권 2년차 국정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무대 중앙은 물론 좌우로 고루 시선을 주면서 때로는 손동작을 취하면서 신년사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25분간 신년사를 낭독한 뒤에는 장내 정리를 위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인형·종이 흔드는 기자들…文대통령 질문자 지명때마다 곳곳서 탄성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사전공지에서 “대통령과 언론인이 자유롭게 묻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전례가 없다”며 신년 기자회견 진행 방식을 설명했다. 윤 수석은 “질문자 호명 과정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께서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분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은 정치·외교·안보 분야에 이어 민생·경제, 사회문화 분야의 순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헌,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 아랍에미리트(UAE) 군사협정 논란, 평창 동계올림픽 등 총 17개의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200자 원고지 50매 분량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윤 수석이 “질문할 기자들은 손을 들어달라”고 하자 200여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이 첫 질문자를 지명하자 곳곳에서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섞인 탄성이 터졌다. 이후 매 질문마다 여전히 50명 안팎의 기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대통령의 주목을 끌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준비한 기자는 물론 취재수첩이나 종이를 흔드는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질문에 나선 한 기자는 “오늘 보라색을 입고 나온 게 신의 한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저쪽에 계신 분”, “방금 손드신 분”이라며 질문자를 호명했고 그때마다 아쉬움 섞인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윤 수석은 “아예 양손을 들거나 대통령과 눈도 안 마주쳤는데 몸부터 일어나는 분도 있었다”며 기자들의 치열한 경쟁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질문을 못한 기자분들에게는 죄송하다. 다음에 또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