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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EBS 교재 연계… ‘오류 수능’ 불러

조용석 기자I 2014.11.20 20:15:10

연계교재 오류 ''26건''…평가원 ''감수''타령만
수능 오류 논란 영어 25번 등 EBS 연계 문제
"당장 중단 해야" vs "좋은 문제 만들면 돼"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허술한 EBS교재 수능 연계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EBS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교재내 오류만 30건에 육박했다. EBS교재는 올해 수능과 연계율이 평균 70%를 훌쩍 넘을 만큼 수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졌는데도 당국의 관리는 크게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계교재 오류 26건 달해… 평가원은 “감수만 했다” 해명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의 EBS교재 연계율은 약 70.98%에 달했다. 영어영역은 무려 75.6%의 높은 연계율을 보였다. EBS가 수능을 좌지우지한 셈이다.

그러나 EBS가 수능 출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관리는 허술했다. 올해 수능과 연계된 교재 102권 중 EBS 측이 직접 발표한 오류·표기 정정 횟수만 26차례에 달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서만 각각 7건씩의 오류가 있었고 국어도 6건이나 나왔다.

교육계에서는 EBS가 잡아내지 못한 오류는 이 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 문제가 된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은 모두 EBS교재 연계 문제다. EBS교재 오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출제되면서 ‘오류 수능’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평가원의 대응이다.

EBS교재는 평가원에서 3차례 검증을 거친 뒤 마지막으로 감수위원회를 통과해야만 출판된다. 그러나 평가원은 감수위원회 포함 4차례 검토과정에서도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우리는 EBS교재의 오타 등 세세한 부분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 등 큰 방향만 감수할 뿐”이라며 “나머지는 EBS가 해야할 몫”이라고 말했다.

◇ EBS 수능 연계정책에 대한 평가 엇갈려

EBS교재와 수능을 연계하는 정책은 사교육비 경감,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2004년에 도입됐다. 당초 30%에 불과했던 EBS교재의 수능 연계율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70%로 상향조정되면서 사실상 수능 ‘문제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EBS 수능 연계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EBS 교재의 중요성이 너무 커지면서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의 자리가 없어졌고 공교육 파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영어를 공부하면서 영어 지문이 아닌 EBS교재의 한글 해설을 외우는 비상식적인 학습법도 등장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는 “고3 수업을 10년째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EBS교재로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교과서를 본지 오래됐다”며 “교과서를 배제한 교육정책을 펴면서 어떻게 공교육 정상화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EBS 수능 연계정책의 사교육 절감 효과는 사실상 없다”며 “수능은 자격시험 수준으로 중요성을 낮추고 대학에 시험을 뺀 자율권을 줘 알아서 학생을 뽑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EBS 연계 정책이 사교육비 절감 등 사교육시장 팽창을 차단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연계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떻게 ‘잘’ 연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EBS와 평가원이 조금 더 유기적으로 움직여 더 좋은 문제를 만들고 함께 철저하게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EBS 연계율 (자료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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