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GI 편입 발표…환율 영향 ‘미미’
사실상 이날 환율에는 WGBI 편입 영향이 거의 없는 셈이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이날 환율은 WGBI 영향보다는 달러 강세 영향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전날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FTSE(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 러셀은 한국 국채를 내년 11월부터 WGBI에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하반기 정례 시장분류를 공개했다.
기획재정부는 WGBI 편입에 따라 내년부터 해외자금 최대 90조원 가량의 국내 유입을 전망한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고채 보유 비중은 20.6%로, WGBI 편입에 따라 2026년 말께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27%까지 늘며 금리 안정 및 외환 수급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증권 자금 유입에 따른 환율변화 폭을 추정해 지수 편입에 따른 환율 효과를 추정할 경우, WGBI 편입 이후 매월 50억달러의 신규자금이 12개월간 유입될 경우 환율의 하락폭은 약 1.1~6.2% 수준으로 추정했다.
◇외환시장 안정엔 ‘긍정적’…원화 절상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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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를 봐도 단기적인 통화 절상에 그쳤다. 한국보다 먼저 2010년 4월 WGBI 편입된 멕시코의 경우 편입 발표 후 2일간 페소 환율이 1.3% 하락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또한 랜드화가 1% 이상 절상 효과가 있었지만 효과가 한 달 이상 지속하지 않았다.
권도현 국금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환시장 수급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주로 환헤지(외환거래에 따르는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애는 것)를 동반하는 외국인 채권자금의 특성상 직접적인 원화 매수 수요보다는 외화자금시장의 수급 개선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화조달 시장에는 달러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기 때문에 호재이지만, 원·달러 환율 현물 시장에는 유의미한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안전투자 속성을 띄는 채권투자는 환헤지를 병행하므로 해당 추정 금액은 달러와 원화를 물물교환하는 스팟 시장이 아니라 원화와 달러 자금을 상호 대여하는 조달시장으로 유입된다는 이유에서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이코노미스트는 “WGBI 편입은 외환시장에 대체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나,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 비중 확대로 대외충격 민감도 높아질 소지가 있다”며 “대외 이벤트로 시장 변동성 커지는 환경에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될 우려가 상존한다”고 했다.
내년 11월 편입인 만큼 외환시장에는 내년 2분기 정도쯤 되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내년 11월 편입에 앞서 외환시장에는 내년 2분기께나 자금이 유입되될 것”이라며 “시장의 영향력은 아주 크진 않겠고,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덜 오르는 정도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WGBI 편입에 따른 통화절상 효과는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관행 등을 감안할 때 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과도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WGBI 편입만으로 장기간 통화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원화 방향성은 달러화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