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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불과 4개월 앞두고 학교 측에 불리하게 평가기준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재지정 기준 점수를 60점에서 70점으로 높인 게 대표적이다. 평가 직전에 평가기준을 변경,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런 자사고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앞서 지난달 18일 배제고·세화고가 제기한 같은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를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중대하게 변경된 평가기준을 평가기간에 소급 적용하고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부산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 대해서도 법원은 비슷한 이유로 해운대고의 손을 들어줬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서울·부산교육청은 항소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 역시 2025년을 기점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선고 직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법령·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며 “교육청은 법원 판결을 면밀히 분석한 뒤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학교 측은 교육청의 항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모적인 법정 공방을 끝내달라는 읍소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해야 하는 시간에 재판장에 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때까지 학교 현장에서 열심히 교육할 수 있도록 항소를 취하해 달라”고 했다.
이번 소송은 2019년 7월 서울 자사고 8곳의 지정이 취소되면서 촉발됐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재지정 기준인 70점을 넘지 못한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앙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곳의 자사고 지위를 박탈하고 교육부가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배재고·세화고에 이어 숭문고와 신일고까지 승소하면서 중앙고·이대부고·경희고·한대부고 등 남은 자사고 4곳 역시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고·이대부고는 오는 5월14일, 경희고·한대부고는 5월28일 각각 선고가 예정돼 있다.
최종 결론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질 공산이 크다. 교육부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못 박은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헌재 판단에 따라 자사고 존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자사고·국제고 24개 학교법인은 정부가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의 결정은 이르면 내년에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