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받기까지 무려 51일이나 걸렸다. 생산 기간 동안 노조의 부분 파업이 겹치는가 하면, 까다로운 검수 때문에 출고가 늦어졌다고 영업사원은 설명했다. 보통 출고장을 직접 방문해 차를 인도받을 경우 주행거리 10km 내외가 일반적이다. 반면, 벨로스터N은 무려 37km나 기록돼 있었다. 품질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좋지만 차량 출고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속시원히 알려줬으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막연히 지연되는 출고에 계약 취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차량을 받은지 일주일 남짓이지만 현재 주행거리는 1400km를 주파했다. 촬영차 서울에서 경상도를 오갔더니 어느새 '길들이기' 구간을 훌쩍 넘어섰다. 통상 현대차는 차량을 출고 받고 1000km까지는 4000rpm 이하로 운행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주행거리가 짧은 소비자에겐 지루한 시간이지만 기자의 경우 금새 마무리 하고 정상 주행에 들어섰다. 길들이기가 끝났다고 특별한 것은 없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엔진오일을 교환할 정도면 충분하다. 벨로스터N의 순정 오일은 제네시스 G70 그리고 기아차 스팅어 2.0 가솔린 터보와 같은 현대모비스 메가 터보씬이다. 엔진 오일을 교체하고 미비된 선팅과 블랙박스 작업을 완료했다.요즘 현대차는 엔진오일 교환 쿠폰 대신 블루멤버스 포인트를 쏴준다. 필자의 경우는 45만 포인트(구매 이력과 관련 있음)를 받았다. 적어도 4,5번 엔진 오일을 갈 수 있는 포인트다.
잠재능력이 뛰어난 이 차의 주행 성능은 다음 회에 다뤄보고 이번에는 본연의 목적인 데일리카로써 능력을 알아보자. “출퇴근 등 얌전히 타려면 굳이 벨로스터N을 왜 구입했나?” 라고 반문 할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를 두 대 운영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자동차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 별도의 튜닝 없이 가끔은 경주장을 질주할 차량으로 벨로스터N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평상시 주행 능력이 매우 궁금했다.
데일리카로써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승차감, 거주성, 연비'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정숙성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먼저 승차감이다. 벨로스터N은 에코, 노멀, 스포츠, N 그리고 커스텀 총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일반 벨로스터 터보 대비 총 5개의 센서가 추가 탑재됐다. 전면에는 휠 중력센서 2개, 차체 중력센서 2개가 장착됐고, 차량 후면에 차체 중력센서가 한 개 더 달렸다. 여기에 가변 댐퍼까지 지원해 각 모드별 승차감이 상당히 상이하다. 당연하지만 에코는 운전대도 가볍고 노면 충격 흡수도 상당히 부드럽다. 여기서 부드럽다는 표현은 N모드 대비 부드럽다는 뜻. 벨로스터N의 스티어링휠은 기본적으로 묵직하다. 롤링과 피칭을 상당히 억제한다. 때문에 에코 모드라 해도 조금이라도 포장이 잘못된 노면을 만날 경우 상당히 불편하다. 살짝 잡고 있다가는 예상 못한 치우침이 발생한다.
뒷좌석은 후끈한 열기가 한층 배가 된다. 박진감 넘치는 후연소 배기음, 일명 팝콘 튀기는 소리를 내뿜는 가변 배기 시스템의 도움(?) 때문일까. 조금이라도 스포츠 주행을 하면 스물스물 엉덩이가 달아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 두뇌 형성기인 아기에게 좋을 것이 없다. 엄청나게 노면의 충격을 몸이 흡수해야 한다. 단단한 하체에서 오는 데미지는 뒷좌석에 더욱 가중된다. 다 큰 성인도 스포츠 주행을 하고 나면 멀미가 날 정도다. 이 것은 비단 벨로스터N만의 문제가 아닌 여느 스포츠카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어찌됐던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기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애기가 있는 초보 아빠에겐 '빵점'에 가깝다.
마지막은 정숙성이다. 차량이 주행 중인 경우 에코 혹은 노멀 모드는 상당히 평온하다. 거슬림 없고 옆사람과 대화하기에 충분히 조용하다. 반면, 주차장 같은 곳에 정차하거나 저속주행때 클러치를 밟았다 놓았다를 반복할 경우 의외로 '붕붕붕' 소리가 증폭돼 사방 팔방으로 퍼진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 혹은 빌라에 사는 소비자가 밤 늦게 시동을 건다면 예열은 나중 일이다. 민원 들어오기 십상이다. 시동을 킬 때 토해내는 우렁찬 배기음도 일관돼 아쉽다. 에코 모드를 놓고 시동을 켠다고 해도 시끄러운 소리는 한결같다.
고성능 해치백을 데일리카로 타려는 이상한(?) 관점으로 관찰했더니 역시 단점 투성이다. 당연한 결과라고 할까. 근육량이 많은 운동 선수가 고기를 남보다 몇 배 많이 먹는다고 지적해선 안되고, 뮤지컬 공연을 관람 후 너무 시끄러웠다고 평가하면 우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벨로스터N은 그동안 물렁했던 승차감과 수입 대형차 맞먹는 거주성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보기엔 매우 불편한 차가 맞다. 대신 스포츠카를 선호하고 희생을 감수한다면 데일리카로써의 능력도 어느정도 갖추고 있다. 관점의 차이다. 어느 누군가에겐 의문을 남길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카가이는 다음주 벨로스터N의 본격적인 성능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직접적인 경쟁모델인 미니 JCW와 겨뤄볼 예정이다. 이어지는 생활 시승기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