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6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대화에는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지난 20년 간의 전임 정부들이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경우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출입 기자들과 가진 1문1답 형식의 긴급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및 대화 제안에 대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대화는 절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깊게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겠지만, 지난 20여년이 넘는 북한과의 협상 역사에서 북한은 항상 합의를 파기해왔다”며 “우리는 이전에 그런 영화를 봤으며 매우 나쁜 결말을 가진 그 (영화의) 최신 속편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마음(open-minded)이지만, 북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낙관론에 대해 다소 신중하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임 정부들의 과오를 재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군사 조치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한 ‘최대의 압박’ 대북전략을 지속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만 참여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밝힌 것처럼 북한이 먼저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신뢰할만한, 그리고 검증가능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핵·미사일 프로그램 종식을 위해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입장 변화에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받아들이면서도 ‘헛된 희망’일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향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 및 계획, 성사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대화는 모두에게 좋은 아이디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이다. 북한이 비핵화만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유일한 경로라는 점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줄곧 대화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의 태도는 믿을 만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볼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이 언급한 ‘체제안전’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라는 해석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이 동맹인 한국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든지 하는 것은 대화를 개시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기 원하는 것이지,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았던 낡은 입장들의 목록이나 재탕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자세히 밝히겠지만,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이후 정례적인 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동맹은 군사 훈련을 함께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