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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첫 해 세법 개정안을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첫해 세법 개정안과 비교한 결과 △소득세 증세 대상 △법인세 조정 방향 △세수 효과 등에서 과거 보수정부와 대조됐다.
우선 소득세의 경우 증세 대상이 달랐다. 문재인 정부는 고소득자 소득세를 올리기로 했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소득세 과표 3억~5억원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에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올리고, 과표 5억원 초과 구간 세율도 40%에서 42%로 높이기로 했다. 이 결과 근로소득 상위 0.1%(작년 신고 기준) 등 고소득자 9만3000명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에는 ‘월급쟁이’ 세금이 올랐다. 당시 8월 8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말정산 때 과세 방식을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면서 세금 감면 혜택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 결과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의 봉급 생활자 434만명(전체 근로자의 28%) 소득세 부담이 늘었다.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약 수정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연말정산 폭탄’ 논란까지 일어 정부는 세법을 뒤늦게 대폭 수정했다.
법인세의 경우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대조됐다.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현재보다 3%포인트 높은 25%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체 64만 5000개 법인 중 129개(0.02%) 대기업의 세 부담(연간 2조5500억원)이 늘어난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경우 취임 첫해에 법인세를 대폭 깎았다. 기재부는 2008년 6월 3일 법인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법인세 세율을 과표 1억원 초과 25%, 이하 13%를 과표 2억원 초과 22%, 이하 11%로 2~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 결과 당시 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법인세를 내는 기업들은 2008년에 1조7000억원 등 2011년까지 총 8조7000억원의 세금을 덜 내게 됐다.
연간 세수 효과도 정부마다 달랐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2008년 세법 개정에 따라 88조7000억원의 감세 효과가 있었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은 각각 28조3000억, 23조7000억원의 세 부담이 줄었다. 박근혜 정부의 2013년 세법 개정안의 경우 9조2000억원의 증세 효과가 있었다. 고소득층, 대기업, 중소기업에 각각 9조원, 7조2000억원, 9000억원의 세금이 더 부과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총 5조5000억원의 증세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고소득층, 대기업은 각각 2조5700억원, 3조7000억원 세 부담이 늘어나고 서민·중산층은 2200억원, 중소기업은 6000억원 감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증세 효과가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보다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임기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증세를 더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