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과 구글 등 경쟁사를 의식해 시도한 사업에서 줄줄이 쓴맛을 보고 있다. MP3플레이어, 소형 휴대폰, 온라인 광고에 이어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스마트폰 사업도 사실상 포기하는 모습이다. MS가 지난해 4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한 지 1년 3개월만에 두 손을 든 것이다.
8일(현지시간) MS는 휴대전화 사업부문 구조조정의 하나로 78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MS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을 인수할 당시 임직원 약 2만5000명의 고용을 승계했는데 인수 3개월 만인 작년 7월에 1만8000명을 감원했고 이번에 7800명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MS는 또 휴대전화 사업부문 자산 76억달러(약 8조6115억원)를 감가상각하기로 했다. 노키아 인수가격이 72억달러였다는 점에서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의 가치를 거의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MS는 윈도우 기반의 스마트폰 사업을 하기 위해 노키아를 인수했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시장을 양분하면서 MS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중 윈도우폰 비중은 3%를 밑돈다. 결국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바꿔 경영에 필요한 어플을 원하는 사업가들과 저가 스마트폰을 찾은 사용자, 윈도우 추종자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과거 MS의 사업 실패 사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 애플과 구글 등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오래 못 버티고 철수한 경우다.
지난 2006년 뛰어든 MP3플레이어 사업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아이팟에 견줄만한 혁신적인 기기라며 ‘준’(Zune) 브랜드로 출시했지만 아이튠즈라는 거대한 컨텐츠가 뒷받침된 아이팟에 경쟁 상대가 못 됐다. 200만개 정도 판매한 이후 결국 2011년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 2010년 선보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특화된 소형 휴대폰 ‘킨’(Kin)도 마찬가지다. 당시 CEO였던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두 달도 안 돼 접었다.
구글이 2007년 온라인 광고업체인 더블클릭을 인수하자 MS도 이에 질세라 어퀀티브 지분 85%를 63억달러에 사들였다. 검색엔진 빙(Bing)을 비롯해 다른 온라인 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빙은 구글의 검색엔진에 한참 뒤처졌고 어퀀터티브는 온라인 광고에서 딱히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MS는 2008년 어퀀터티브 영업권을 상각했다. 구글 따라잡으려다 약 7조원 가량을 날린 것이다. 지난달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은 아메리칸온라인(AOL)에, 지도사업 부문은 우버에 매각했다.
애플의 iOS와 OS X를 의식해 내놓은 윈도우8은 혹평을 받았다. 버그로 가득한데다 시작메뉴까지 사라져 오랫동안 윈도우를 써왔던 소비자들도 떠나게 만들었다.
잰 도우슨 잭도우리서치 수석 연구원은 MS에 대해 “잘못된 판단의 연속이었다”며 “이달말 선보이는 윈도우 새 버전으로 발판을 찾지 못하면 스마트폰 사업을 결국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