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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5일 EU 집행위는 DSA 위반을 이유로 엑스에 1억 2000만유로(약 20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집행위는 엑스의 인증 배지(블루 체크) 설계가 기만적이며, 투명성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연구자들의 공공 데이터 접근도 차단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DSA는 플랫폼 기업에 불법 콘텐츠 차단·투명성 강화를 강제하는 EU의 디지털 규제법으로 지난 2024년 2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엑스는 DSA 불이행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첫 번째 사례다.
엑스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즉각 반발했다. EU의 벌금 관련 게시물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댓글을 달았고, 이어 7일 별도의 게시물을 통해 “EU는 해체되고, 다시 개별 국가별로 주권을 가져야 한다”며 “그래야 정부가 국민을 더 잘 대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엑스는 또 EU 집행위가 엑스에서 게시글을 프로모션할 수 없도록 광고 관리 기능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니키타 비어 엑스 제품 총괄은 “EU 집행위가 게시물의 노출을 높이기 위해 광고 제작 도구의 허점을 악용해 도달 범위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려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규칙이 자기 계정에는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보복성 조치임을 노골적으로 암시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은 EU의 이번 제재를 “미국 IT 산업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EU의 디지털 규제를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부당한 디지털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하며 철폐할 것을 압박해 왔는데, 첫 DSA 과징금 부과 사례까지 나오자 한층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모양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EU의 이번 조치에 대해 “검열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외국 정부가 미국 국민을 공격한 것이자 온라인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검열 행위”라고 주장했다.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도 “이번 벌금이 미국 기반 기술 기업에 대한 편향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EU 당국은 미국 측이 주장하는 ‘검열’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헨나 비르쿠넨 EU 기술·보안 담당 및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규정을 지킨다면 과징금을 물을 일이 없다”며 “DSA는 검열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엑스에 대한 제재가 미국과 EU의 안보·무역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EU가 디지털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경고한 것을 거론하며, 이번 과징금 부과가 미국과 유럽의 ‘무역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EU는 지난 7월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EU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15% 적용하고, 항공기와 부품, 복제약,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대한 관세도 면제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부과한 50%의 초고율 관세는 ‘디지털 규제 재검토’를 요구하며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이민 정책, 방위비 증액 등 다양한 문제에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이번 사안을 놓고 “EU가 미국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훼손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 외교 서열 2위인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EU의 규제 기조는 서방의 공동 안보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이들은 나토의 모자를 쓸 때는 대서양 횡단 협력이 우리의 상호 안보의 초석이라고 주장하면서도 EU의 모자를 쓰면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철저히 반하는 각종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모순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