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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에 대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전 공무원 A(66)씨가 만취(혈중알코올농도 0.108%)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스쿨존 인도로 돌진해 배승아(9) 양을 숨지게 했다.
A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다. 또 음주운전 치사상죄 등 2가지 이상의 죄를 저질렀으니 경합범 가중까지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기징역을 선택할 경우 최고형인 30년을 가중해 최대 45년까지 구형할 수 있다. 그러면 대중들은 무기징역까지 이르는 민식이법을 봐서라도 최소 30년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양형위원회 기준을 보면 위험운전 치사의 경우 기본이 2~5년, 가중되면 4~8년이다. 실체적 경합(가장 중한 죄의 2분의 1 가중)까지 고려해 변호사들이 10년 안팎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한순간에 무고한 사람을 죽게 하고 일가족을 참담한 비극적 현실에 빠뜨렸는데 10년 안팎의 형은 국민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과연 양형위원회 위원들 또는 법원 판사들 가족이 이번과 같은 사건을 겪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한편에서 말하는 교통범죄 양형 기준만 높이면 다른 범죄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가치와 이념보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더구나 이런 와중에 정부는 안전시설 강화보다 운전자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스쿨존 내 시간대별 탄력적 속도제한 운영 등 민식이법을 되돌리려 한다. 그럴 시간에 스쿨존에 제대로 된 안전펜스부터 설치했다면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를 보호한다고 해놓고 관심과 배려가 없었던 이번 사건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고 정부의 잘못이고 우리나라의 잘못이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저함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