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1일까지 원윳값 협상 마무리…인상폭 4~5%대 전망
18일 유업계에 따르면 유업체와 낙농가가 참여하는 낙농진흥회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올해 원유 가격을 협상을 마치기로 합의했다. 유업계에서는 올해 원유기본가격 인상 폭이 전년(2.3%) 대비 2배 이상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5월 ‘2021년 우유 생산비’를 전년 대비 4.2%(34원) 증가한 1ℓ당 843원으로 발표했다. 원유기본가격 산출식에 따라 올해 원윳값은 ℓ당 47~58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8월부터 낙농가가 낙농진흥회를 통해 회원사(유업체)에 공급하는 원윳값이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약 2.3%) 올랐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금 등 인센티브가 더해져 현재 낙농가에서는 원유 판매 ℓ당 1100원을 받는다.
지난해 원윳값 ℓ당 21원 인상으로 그해 9월부터 시중에서 팔리는 흰우유(1ℓ 제품 기준) 가격이 평균 150~200원가량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원유 매입가가 ℓ당 약 50원이 오를 경우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300원대부터 500원 안팎까지 뛸 것이라는 관측이 따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현재 ‘서울우유 흰우유(1ℓ)’ 소비자가격은 전국 평균 2758원, ‘매일우유 오리지널(900㎖)’은 2715원이다.
우유 가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는 생산비 연동제로 나날이 치솟는 원유 가격과 의무 매입 물량(쿼터제)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낙농산업 보호를 위해 우유의 시장 가격과 수요 반영없이 낙농가의 생산원가만 연동해 원윳값을 매기다보니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유업체들은 비싸게 사온 원유가 남아돌면서 이를 각종 가공유 등 유제품으로 돌려 생산하는데, 생산단가는 높고 소비자 판매가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팔수록 손해’를 떠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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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원윳값을 용도에 따라 결정하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다만 당장 내년 1월부터 가공유용 원윳값이 낮아지면서 유업체들은 가공유제품 생산원가 인하에 따라 제품 판매가를 인하해야 할 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유업체들은 그동안 비싼 음용유용 원유를 가공유로 전환 생산·판매함에 따른 영업손실과, 최근 각종 원·부자재 및 유가·물류·인건비가 전방위적으로 줄곧 올라 부담이 늘었다며 제품 가격 인하를 두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업체가 올 연말까지 흰우유 뿐 아니라 각종 가공유제품 가격도 서둘러 인상한 후 내년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에 맞춰 생색내기식 ‘찔끔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 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번 낙농진흥회의 원유 가격 협상 이전인 지난 8월 자체적으로 계약 농가에 월 30억원(원유 ℓ당 약 58원) 규모의 목장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며 사실상 원유 매입가 인상에 나선 이후, 흰우유 제품가격 인상에 앞서 이달부터 ‘체다치즈 200g·400g’ 등 일부 가공유제품 출고가를 약 20% 먼저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이 역대급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유와 유제품뿐 아니라 이를 원료로 활용하는 아이스크림·케이크·빵·커피음료 등 연관 가공식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내년부터 새롭게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으로 가공유제품 가격은 다소 낮아질 여지는 있지만, 유업체들이 제품가를 미리 올렸다가 조금 낮추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