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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같이 살고 싶은데, 통관비 좀"…외교관·미군 사칭 사기범 일당 덜미

손의연 기자I 2019.04.02 12:05:00

2017년~2018년 피해자들로부터 총 14억원 상당 챙겨
''로맨스 스캠'' ''비즈니스 스캠'' 등 여러 사기 형태 보여
경찰 "외로운 중장년층 특히 조심해야"

피해 사례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외교관, 미군 등을 사칭하며 친근하게 접근한 뒤 금품을 빼앗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사기 등을 저지른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서아프리카에 본부를 두고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국제사기조직 스캠네트워크의 한국 지부장인 나이지리아인 A(40)씨 등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을 추적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SNS 상에서 피해자들을 속여 23명으로부터 약 14억원을 편취해 그 일부를 가나, 나이지리아 등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피해 액수가 실제로는 100억원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들은 SNS나 메신저 등에서 무작위로 상대를 정해 친분을 쌓은 후 자신을 외교관 또는 군인이라고 속이며 ‘한국에 가 함께 살고 싶다’고 접근했다. 이후 ‘금이나 현금을 보낼테니 통관비를 보내달라’고 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로맨스 스캠’ 사기를 저질러 돈을 받아냈다.

또 이들은 규모가 큰 호텔에 국제전화를 걸어 위조 카드로 미리 숙박비와 체류비를 결제하고 남은 체류비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거액을 송금받았다. 호텔 측이 정산 과정에서야 해당 카드가 위조 카드인 걸 확인할 수 있는 점을 노렸다.

경찰 조사결과 스캠네트워크 한국지부는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이들은 하위 인출책들이 직속 상급자 이외에는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피의자들은 주로 아프리카 출신 흑인 명의로 국내 은행 계좌로 돈을 입금받아 즉시 인출하거나 바로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남은 범죄수익금을 생활비와 명품 구입비로 사용했고, 해외로 빼돌린 수익금을 다시 국내로 들여와 돈세탁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외로운 중·장년층이 이런 수법에 잘 속는다”라며 “이같은 수법으로 외국인이 송금을 요구한다면 주위 사람들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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