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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달린 ‘판문역행(行’) 열차…남북간 평화·번영도 이을까

장영은 기자I 2018.12.26 17:03:33

10년만에 달린 개성행 '특별열차'…착공식 국내외서 200명 참석
김현미 "철도·도로 연결은 한반도 평화 더욱 굳건히 할 것"
주변국도 기대…실제 사업까진 넘어야 할 산 많아

[공동취재단·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딱 10년만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2시간을 달려 북측 철도 구간을 지나 개성 판문역에 도착했다. 지난 2008년 11월 우리측 화물열차가 판문역으로 향했던 것을 끝으로 남북 철도 연결사업은 중단 상태였다.

26일 남북은 주요 인사 200여명의 참석한 가운데 북측 지역인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첫 만남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첫 걸음’을 뗐다. 아직 공동조사가 안 된 구간도 있고 현재로서는 대북 제재 문제로 북측으로의 기계·물자 반입이 어려워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기 보다는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는 행사다.

착공식 우리측 참석자들이 받은 특별열차 왕복승차권. 서울과 판문역을 오가며 운임은 1만4000원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사진= 공동취재단)
◇ 남북 교류협력 기대감 ↑…“북핵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

이번 행사가 ‘착수식’에 불과하다고 해도 역사적인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였다. 북한과 미국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지면서 지난 9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번째 만남 이후 다소 침체된 남북간 교류·협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착공식 자체가 긴밀해진 남북관계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착공사에서 “철도·도로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오가고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을 촉진해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은 물론 우리의 경제지평을 대륙으로 넓혀줄 것”이라며 “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남북 간 교류와 왕래는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도 착공사를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동북아·유라시아의 공동번영, 나아가 전 세계 공동번영을 적극 추동하는 역사적인 시간”이라고 역설했다.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참석자들도 이러한 ‘철도·도로 연결’이 남북은 물론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경제발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이 착공식을 시점으로 남북 철도 도로가 원만하게 현대화까지 마무리된다면 우리가 꿈꿨던 유라 시아 대륙을 우리 기차를 타고 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는 “(이번 착공식이) 남북 관계 평화와 비핵화 긍정적 추진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남북간 철도가 되도록 빨리 연결돼서 중국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드바타르 양구 몽골 도로교통개발부 장관은 “몽골 정부는 남북이 평화롭게 한반도에서 평화·번영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하여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 도로 철도 착공식 했으니 이 길을 통해 앞으로 울란바타르까지 물자와 모든 것들이 잘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한러시아대사와 주북러시아대사가 만나는 모습도 연출됐다. 서울과 평양에 각각 주재하는 러시아 대사는 착공식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며 대화를 나눴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행사도 아닌 남북 행사에 러시아 대사들이 중간에서 만나는 게 무척 신기하다고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 실제 사업 시작까진 넘어야 할 산 많아

철도·도로 연결은 남북간 혈맥을 잇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출발점이다. 남북 철도연결이 이뤄지면 역내 협력이 강화되고 유라시아 대륙이 철도로 연결돼 동북아시아의 물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관계가 더욱 단단해지고 북측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가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한다고 해도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자본과 물자가 투입돼야 하는 실제 사업에 들어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만 너무 앞서갈 경우 미국측이 다시 ‘과속론’으로 경계할 가능성도 크다.

26일 남북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린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바라본 기정동 마을의 모습.(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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