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현대증권(003450) 매각 불발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대우증권(006800) 등 대형 증권사 매각이 진행 중인 시장 상황에서 재매각을 진행하기도 어렵고 그룹의 대표적인 자구계획이 무산된 데 따른 여파도 뒤따를 전망이다.
19일 신용평가업계는 현대그룹이 지난 2013년 말 이후 현재까지 총 3조2000여억원 규모의 자구 노력을 이행했다고 밝혔지만 현대상선(011200)의 영업실적 회복이 늦어져 현재 수준의 자구 이행 성과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대그룹 안에서 현대상선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7%에 달하고 차입금도 88%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영업력 회복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2011년 1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적자가 계속되는 등 재무지표가 크게 나빠진 상태다.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현대증권,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 해외터미널, 반얀트리호텔 등 다양한 자산 매각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그룹 신용도 상승을 위한 숙제들이다. 지금까지 현대그룹은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과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 유상증자 등 총 3조2000여억원의 자구노력을 이행했다고 했지만 실제 유입된 현금 규모는 발표한 것보다 적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그룹은 약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매각금액 6500억원 중 2000억원은 산업은행 대출 상환에 써야 하고 2000억원은 현대상선이 후순위 출자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매각 불발로 자금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혀 왔다. 만기없이 채권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는 영구채는 형식상 채권이지만 회계장부상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된다고 해도 당장 재무 구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지만 이번 매각 불발에 따른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우증권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매각을 기대하긴 어렵고 이렇다 할 자산 매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적극적인 원가 절감 노력에도 현대상선의 영업실적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현재 수준의 자구 노력으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 유동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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