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총재 후보자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도 많았다.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김태림=신현송 총재의 기존 발언이나 논문들을 분석하면서 업계에서는 “이제 끝났다”는 식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오히려 해외에서 활동 경력이 길고, 합리주의자라는 전제를 두고 보면 본인이 제시한 기준 안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규제 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을 우리가 해소할 수 있다면 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의도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당국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인데다가 조직 문화나 내부 분위기, 책임 문제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해외 경험이 많은 인물이 오면 접근 자체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본인이 계속 주장해왔던 논리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윤현근=정부 주도 원칙이 유지되는 선에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자체를 저해하려는 방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처음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가졌던 불안감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여러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그건 제도를 만들면서 조정해 나갈 문제라고 본다.
|
△티모시 신=신 총재는 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에서 “과거에는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에 부정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통화 생태계에서 (CBDC와) 보완적·경쟁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시절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 위험, 디지털 뱅크런, 화폐의 단일성·탄력성·무결성 결함’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회의론자가 ‘공존 가능성’으로 돌아선 것은 분명한 톤의 변화다.
그러나 서면 답변과 발언 전체를 보면 본질적 입장은 유지되고 있다. 첫째,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은 여전히 CBDC와 그 위에 발행되는 예금토큰이다. 둘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 중심으로 우선 허용한 후 점차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셋째, 고객확인(KYC) 업무 역량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은행이 그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된 전제다. 즉, 발언의 톤은 부드러워졌지만, 정책의 골격은 한은-금융위 합의 라인 그대로다.
△김태림=즉, 신현송 총재의 ‘공존론’은 한은의 톤이 바뀌었다는 신호이지, 정책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신호는 아니다.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중심은 여전히 CBDC와 예금토큰이며,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중심 발행 후 점진적 확대’라는 기존 한은-금융위 합의 라인에 머물러 있다. 시장이 기대해야 할 것은 ‘공존을 위한 구체적 제도 설계’이지 규제 완화가 아니다.
|
△김태림=공존이 가능하려면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먼저, 기능별 분업 구조다. CBDC와 예금토큰은 기관 간 정산에,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소매 결제·국경 간 송금·온체인 자산 거래의 정산 매개에 주력하는 ‘레이어 분리’가 가장 현실적이다. 한 영역에서 모두를 경쟁시키면 한쪽이 도태된다.
△윤현근=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제도적으로도 가능하고 기술적으로도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등가성과 담보 구조다. 민간이 발행하든 정부가 발행하든 동일한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디페깅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담보 체계만 명확하게 설계된다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1:1 상호운용성도 보장돼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그 코인은 CBDC·예금토큰과 1:1로 즉시 환전 가능해야 한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시장은 더 신뢰받는 한쪽으로 쏠리고, ‘공존’은 명목에만 그친다. EU의 ‘e-Euro와 MiCA 스테이블코인의 동시 운영 모델’이 참고가 된다.
△티모시 신=위기 시 통제 가능성의 명문화도 필요하다.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한은이 어떤 권한으로 어느 시점에 개입하는지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비상 유동성 지원(ELA) 적용 여부,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 같은 기술적 안전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진짜 공존이다.
|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공존이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윤현근=공존이 어렵다는 반론의 핵심은 통화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 훼손 우려다. 같은 ‘1원’이 한은의 1원과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1원으로 분기되면, 결제 시스템 전체의 신뢰가 약해진다는 주장이다. 합리적 우려이지만, 답은 분명하다. 두 화폐가 ‘동일한 1원’이 되기 위한 제도적 조건을 마련하면 된다. 100% 준비금, 즉시 상환, 외부감사, 한은의 감독 노드 직접 참여를 법에 명문화하면 단일성은 보존된다.
싱가포르 통화청이 추진하는 디지털 자산 정책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 홍콩의 프로젝트 앙상블이 보여준 것은, 단일성은 ‘기술적 통합’이 아니라 ‘제도적 등가성 보장’으로 지킨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이 경로를 택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중심 전략이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는가.
△티모시 신=JP모건(JP Morgan) 회장 제이미 다이먼 사례가 떠오른다. 2017년만 해도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사람이 틀렸다기보다 시장 상황 자체가 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디지털자산을 단순 거래소 거래 용도로만 봤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경제, 글로벌 디지털 결제, 플랫폼 경제와 연결되고 있다. 메타나 비자, 스트라이프 같은 기업들이 움직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과거 논문이나 발언만 기준으로 앞으로도 계속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건 조금 다를 수 있다.
미국도 왜 CBDC 대신 민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고 하는지 봐야 한다. 사실 상식적으로 보면 미국이 CBDC를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결국 더 큰 글로벌 금융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