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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통계 자체로는 신청 법인 중 중소기업만 발라낼 수는 없지만 신청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 것으로 관측된다. 법인 파산 제도는 기업 경영이 악화 돼 부채상환이 어려울 때 남은 자산을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나눠주고 채무를 면책받는 절차다.
정확한 법인 파산 추세를 보기 위해서는 1~2개월 흐름을 더 봐야 하지만 일단 법인 파산 증가세가 꺾인 것은 아닌 것에 무게가 실린다. 가장 법인 파산 신청이 몰리는 서울회생법원의 파산 증가 흐름에 변화가 없어서다. 실제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8월까지 모두 1년 전보다 법인 파산 신청이 늘었다. 8월에도 75건으로 1년새 12건(19%)이 증가했다.
8월 파산신청 법인 감소는 대구지역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8월 대구지방법원의 법인 파산 신청건은 4건으로 1년 전 46건에서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8월은 대구지방법원에서 가장 법인 파산 신청이 이례적으로 많았던 시기라 일종의 일회성 요인에 따른 역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방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지역 경제에 기업의 연쇄 파산이 있거나 특별히 경기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며 “법리적으로 이유가 없는 파산 신청이 이례적으로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 기각되거나 자진 취하됐다”고 말했다.
8월까지 누적으로 보면 올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299건으로 전년동월보다 26% 증가했다. 이런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는 역대 최대 법인 파산 신청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누적 법인 파산 신청건이 1657건으로 역대 최대였던 데다 1~7월까지 계속 전년동월보다 신청이 늘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적 이슈 외 상반기 법인 파산 신청이 크게 증가했던 데다 기업 경영 상황이 파산 신청이 쉽지 않을 만큼 어려워진 것이 원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전대규 변호사는 “파산 신청을 하는 데 필요한 기업 재무구조 조사비용 등 예납금에다 변호사 비용까지 고려하면 작은 기업이라도 3000만~5000만원은 파산 신청에 필요하다”며 “기업이 돈이 없어 회생을 신청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