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예맨 후티 반군의 홍해 점령으로 무섭게 치솟던 글로벌 해상운임이 하락세에 접어들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상운임 급등으로 인한 해운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만큼 크진 않을 거란 분석과 함께 주요 수출업체들의 물류비 부담은 한결 줄었다는 관측이 맞물린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해상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해운업체들이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데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SCFI 두 달 만에 1800대선 복귀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스팟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대비 93.39포인트(p) 내린 1885.74p 집계됐다. SCFI가 1800대 선으로 복귀한 것은 약 2달 만으로, 지난 1일 7주 만에 2000선 밑으로 떨어진 뒤 한 주 만에 1800선으로 떨어졌다.
우선 해상운임이 높을수록 해운업체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해상운임은 말 그대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데 해운업체들이 받는 수수료로 실적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대표 해운업체인 HMM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00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두 배 가까운 실적으로,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호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대로 수출기업들에는 높은 해상운임은 실적개선을 방해하는 요소다. 특히 타이어,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업체 등 수출을 주로 하는 업체들에는 이 해상운임 비용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타이어업체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데에는 낮은 해상운임도 한몫했다. 지난해 한때 SCFI는 800대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기계약 여부가 희비 갈라
다만 최근 해운업체들과 주요 수출업체들 사이에서 희비가 다소 갈리는 분위기다. 홍해 리스크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지만 SCFI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다. 이에 따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SCFI 급등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변화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 한 해 실적을 가를 요인으로 장기계약을 꼽는다. 해운업체들은 통상 3~6월 사이에 1년 단위의 화물 계약을 체결하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SCFI가 어느 수준에 형성되는지가 계약 단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운업체들은 1년 단위와 장기계약과 함께 시세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단기계약 두 가지 종류로 계약을 체결한다. 장기계약과 단기계약 비중은 업체들마다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장기계약과 단기계약 비중은 업무 비밀이라 이를 공개하는 업체는 없다”며 “다만 9대 1처럼 극단적이진 않고 크게 차이나는 경우에도 3대 7 수준”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해상운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친(親)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지난해 말부터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을 공격하며 치솟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업체들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오는 우회로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이란과 비밀 회담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