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휘발유, 경유 가격 급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석유 제품 가격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비싸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세금이 많이 붙어 기름값이 비싸다는 얘기는 맞나요?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가뜩이나 갑자기 늘어난 주유비로 인해 휘발유 가격에 대한 불만이 높은 소비자들이 민감해 할 만한 소식이 최근에 있었습니다. 해외 유가정보 웹사이트 ‘글로벌 페트롤 프라이시스’를 인용해 한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L)당 1.68달러로 세계 평균(1.33달러)보다 26%나 높다는 소식이었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짚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산유국들이 대거 포함돼 세계 휘발유 가격 평균치가 확 떨어진 부분입니다. 실제로 조사에 포함된 베네수엘라, 리비아, 이란의 휘발유 가격은 각각 리터당 0.025달러(30.6원), 0.032달러(39.2원), 0.051달러(62.6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세계 평균이 깎였고, 한국의 휘발유 가격이 비싸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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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데일리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대한석유협회에 의뢰해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석유제품 가격을 비교·분석해 봤습니다. 그 결과,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94원(3월3주차 기준)으로, OECD 평균(2509원)보다 515원 낮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OECD 회원국 중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매주 발표하는 유럽연합(EU) 18개국, 영국, 일본, 캐나다, 한국, 뉴질랜드 등 총 2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휘발유 가격이 한국보다 높았습니다. 네덜란드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3147.5원으로 가장 비쌌고 △독일 3043.7원 △핀란드 3003.3원 △이탈리아 2943.5원 △프랑스 2805.9원 △덴마크 2792.4원 등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700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23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휘발유 가격이 저렴한 나라는 폴란드(1969.1원), 일본(1837.7원), 헝가리(1729.1원) 등 3곳 밖에 없었습니다.
경유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국내 경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903원으로 OECD 평균(2527원)과 비교해 624원 낮았습니다. 경유의 경우 △스웨덴 3165.1원 △핀란드 3143.4원 △독일 3115.1원 △네덜란드 2991.2원 △이탈리아 2903.1원 △프랑스 2884.3원 등에서 유독 비쌌습니다. 헝가리, 일본 2개국만 우리보다 저렴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우리와 유사한 정유산업 구조를 가진 일본의 낮은 가격인데요. 일본은 정부가 석유제품에 리터당 25엔(260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가격을 누르고 있습니다.
◇세금 비중, 휘발유 40.6%· 경유 33.2%
국내 석유제품에 세금 비중이 과다하다는 지적도 꼼꼼히 따져보면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알아보기 전에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국내 휘발유의 세전 판매가격은 원유 가격, 관세, 석유수입부과금, 정유사 유통비용· 마진 등이 더해져 결정됩니다. 여기에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주행세·교육세), 부가세 등이 붙어 세후 판매가격(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이 되고, 마지막으로 주유소 유통비용· 마진을 더해 소비자 판매가격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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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20% 인하가 국내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낮아진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 해 전인 2021년도 자료와 비교하면 짐작 가능한 데요. 지난해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1592원)에서 세금(922원)의 비중은 57.9%였습니다. 이에 반해 OECD 평균 휘발유 가격(1949원)에서 세금(1101원)의 비중은 56.5%로 우리보다 낮았습니다. 유류세 인하로 한국의 세금이 922원에서 809원으로 줄어든 반면,OECD 평균 세금은 1101원에서 1155원으로 늘어 1년새 역전된 겁니다.
경유 역시 국내 가격(1903원, 3월 3주차 기준)에서 세금(631원)의 비중이 33.2%로, OECD 평균(38.7%)보다 낮았습니다. 최근에는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는데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 경유 가격이 무섭게 올랐기 때문이지만, 유류세 인하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똑같이 유류세 인하 20%를 적용했으나, 유류세가 휘발유에 더 많이 부과됐던 만큼 인하 폭이 더 컸던 건데요. 휘발유는 리터당 164원 내린 반면, 경유는 116원 내리는데 그쳐 두 제품 사이에 가격이 좁혀지거나, 일부 주유소에선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비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5위 규모의 정제설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