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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작으니까 좋다고 했는데”…‘넥슨 큰 형님’ 정상원의 회고

이대호 기자I 2022.03.02 15:40:34

‘넥슨 게임의 어머니’ 정상원, 김정주 창업자 소회 풀어
“물욕 없고 누구보다 소탈, 하고 싶은 건 하는 사람”
진경준 전 검사 특혜 시비 논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20년을 뛰어넘은 혜안…바람의나라 전부터 ‘가상세계’ 얘기

정상원 진큐어 대표(전 넥슨 대표, 개발총괄 부사장)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제주에 가면 작은 차를 손수 몰고 나와 픽업을 해주곤 했다. 왜 이 차를 타느냐고 하니까, 작으니까 좋다고 하면서 웃던 친구다. 물욕이랑은 별로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소탈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자서전인 ‘플레이’에선 정상원 진큐어 대표를 ‘넥슨의 큰 형님’으로 칭한다. ‘바람의 나라’뿐만 아니라 수많은 넥슨 게임의 어머니로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 넥슨 게임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정상원 대표는 2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정주 창업자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렸다”며 “누가 관심이 있고 뭘 한다고 말하면 또 기회를 많이 주기도 했다”고 같이 일할 당시를 떠올렸다.

정 대표는 넥슨 대표를 지내다가 2010년 게임 개발사 띵소프트를 창업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선다. 이후 2014년 넥슨에 다시 합류해 개발총괄 부사장을 맡았다가 2019년 퇴사한 뒤 최근 바이오벤처 산업에 뛰어들었다. 타 산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지금도 후임 게임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이어가는 중이다.

김 창업자와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온 외부 인사들은 그의 우울증 여부를 몰랐으나, 정 대표는 “우울증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제가 나올 때만 해도 약을 먹을 수준은 아니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업계 인사들은 김 창업자가 진경준 전 검사와 연루된 특혜 시비 소송에서 심적 부담이 심했다고 입을 모은다. 최종 무혐의가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김 창업자는 사내 책상을 두지 않고 직원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외부 인사와도 자유롭게 교류를 이어온 인물로 어찌 보면 그에겐 도덕적 흠결과 직결된 특혜 논란이 최대 난관이었던 셈이었다.

정 대표는 “세상 사람들이 부도덕하게 보고 손가락질받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한다”며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도 굉장히 꺼리고 한동안 그랬었다”고 다소 무거운 얘기를 꺼냈다. 이어서 “그래도 한동안 괜찮았는데”라고 한숨을 섞어가며 황망한 심정을 전했다.

업계에선 김 창업자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바람의 나라’를 언급한다. ‘메타버스의 효시’, ‘새 시대를 열어젖힌 게임’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중이다.

정 대표는 “그때 이미 바람의나라로 가상세계를 만들겠다고 얘기했다”며 “그 전부터 그런 얘기를 했고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렇게 있다가 꽤 그럴듯하게 이름을 붙여서 나온 것이 메타버스”라며 게임이 메타버스의 ‘본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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