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업이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화하거나, 외주제작사에 근무하는 스태프들의 근로조건 개선 문제까지 챙기는 건 쉽지 않다.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예측하기어려운 콘텐츠 업계로선 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tvN을 서비스하는 CJ E&M이 파견직이나 프리랜서 등 270여 명을 전부 정규직화했고, 토종 웹툰업체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연재 작품의 판매 정산액과 무관하게 작가들에게 월 최소 240만 원~300만 원을 보장해주는 상생 방안을 만들었다.
지난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산하 사업소인 tbs교통방송의 비정규직 272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CJ E&M과 레진은 기업에서 이뤄진 상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람의 창의성이, 즐거움이 콘텐츠의 품질을 결정하는 사업의 속성상 이들의 시도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지 관심이다.
◇CJ E&M, 레진의 ‘즐거운 도전’…비용부담은 늘지만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던 1~3년 차 프리랜서 연출자와 작가 용역료를 최대 50%까지 인상했고, 용역 계약을 맺는 모든 작가들을 대상으로 방송작가 집필계약서를 제정해 체결을 의무화했다.
4월 1일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권고한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 CJ E&M이 외주제작사와 계약할 때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 임금법 준수 △장시간 근로 금지 △사회보험 가입ㆍ적용 △비인격적 대우, 성폭력 금지 조항 등의 권고 조항도 추가한다.
이런 일을 하는데 21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나, 회사 측은 “방송 산업 내 더불어 상생하는 환경ㆍ방안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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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해당 작품이 팔리는 만큼 작가들에게 정산해 주지만, 연재 작품의 판매정산액이 월 240만 원(4주)~월 300만 원(5주)에 못 미치면 레진이 이를 보장해준다.
2018년 2월 이후 갱신되는 계약부터 작가의 선택에 따라 1~2개월분의 선지급금을 주기로 했고, 한국어로 서비스 중인 작품 연재 개시 후 1년 이내에 다른 언어 서비스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해당 외국어 서비스 전송권을 작가들에게 반환하기로 했다.
레진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중국 서비스를 하면서 연재료를 투명하지 않게 정산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년도 사상 최대 125억 원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작가의 미니멈게런티를 30% 인상한 것은 의미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예술가 실태조사에따르면 예술인 연간 평균수입 1255만 원, 만화가 평균수입 2002만 원에 불과했고, 레진 플랫폼 내에서도 연재 중인 웹툰의 47%는 월 판매정산금이 100만 원 이하로 작가별 소득 격차가 심하다.
콘텐츠 제작 환경의 상생 문제는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간 2명의 피디가 사망하고 SBS에서 외주 제작사에 상품권을 임금으로 지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 이슈화됐다.
CJ E&M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 간 상생을 토대로 산업 발전 기반을 마련해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산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레진 관계자는 “해적사이트와 국내외 경쟁이 치열하나 더 좋은 만화로 고객에게 보답하고 더 많은 만화가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영상 콘텐츠 제작업체 캐리소프트의 박창신 사장은 “우리 회사에는 비정규직이 없다”며 “PD 등 대부분이 특성화고 출신이나 똘똘뭉쳐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