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권 모씨(76)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12년 전부터 양쪽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해서 현재는 무릎을 완전히 펴지도 못하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걸을 때마다 쑤시고 저려오는 다리 때문에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다. 주사와 물리치료를 지속했지만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한승범 교수를 찾았다. X-레이 검사 결과 연골이 다 닳고 이미 뼈에 변형이 온 상태였다. 다리가 뻣뻣해지고 무릎에 변형이 오면서 잘 안구부려지고, 통증과 보행장애도 왔던 것이다.
문제는 권 씨는 고혈압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어 전신마취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또한 고령이기 때문에 출혈이 클 경우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었고,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것도 큰 문제였다.
한승범 교수는 마취통증의학과 신현주 교수와 함께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논의했고, 결국 전신마취 대신 척추마취를 통해 하반신만 마취하고 얕은 수면을 유도해 환자의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줄인 상태로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 중에는 비스모니터를 통해 뇌파를 측정하며 수면의 깊이를 조절해 환자가 수술 중 수면에서 깨지 않도록 했다.
수술 중에는 내비게이션 어시스트 수술로 신속하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출혈도 거의 없어 수혈할 필요도 없었다. 또한, 사전에 통증 조절장치(무통주사) 카테터를 대퇴신경근처에 연결해 수술 후 통증관리를 쉽게 했다. 이후 이 고령환자는 중환자실에 들어가지 않고, 수술후 재활을 통해 현재 정상적으로 무릎을 사용하고 있다.
◇고령환자 늘어나는 인공관절 치환술
인공관절 치환술은 심한 퇴행성 관절염, 심한 류마티스 관절염, 외상 후 관절염 등에서 통증 완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시술 되는 치료법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주로 연령이 많은 사람에게 발생하며 연골이 오랜 세월 동안 사용됨으로써 닳아 손상된 경우 대퇴골과 경골이 그대로 맞닿게 되어 붓기와 통증을 유발하여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통증과 기능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요법이나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으로 동통완화와 기능회복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관절염의 정도가 진행되어 심한 관절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러한 방법들이 소용없게 되고 결국 인공관절 치환술이 적절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인공관절 치환술이란 손상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관절에서 손상된 관절뼈를 일부 제거하고 여기에 금속과 특수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인공관절을 삽입함으로써 매끈한 관절면을 만들어 통증을 완화하고 정상적인 활동을 가능하도록 하는 치료 방법이다.
◇내비게이션 이용한 인공관절수술로 빠르고 정밀하게
인공관절치환술시 정확한 하지축의 정렬과 인대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지 못하면 수술 후 통증은 물론 관절 운동 범위 제한 및 관절 변형이 남아있어 인공 관절의 수명이 단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정밀한 수술 기법이 요구된다. 이에 기존 인공 관절 수술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내비게이션(자동항법장치)을 이용한 최첨단 인공관절치환술이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은 흔히 자동차나, 비행기에 설치돼 인공위성의 전파를 이용해 위도나 경도를 계산하는 자동항법장치의 원리를 수술에 이용하는 것으로 이러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구성요소로는 내비게이션 컴퓨터, 카메라 시스템, 환자 위치 인식용 기구 및 포인터 그리고 내비게이션 전용 인공 관절 기구 등이 있다.
적외선 투시카메라를 통해 뼈의 각도, 두께, 간격 등을 영상화된 화면을 보면서 내비게이션을 통해 관절염이 심한 변형된 관절의 다리 축과 삽입물을 위치와 방향 및 크기 등을 정확히 측정한 후 수술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국내에서는 한승범 교수가 2000례 이상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치환술을 실시해 국제학회지에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한승범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은 고령환자에게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르고 출혈은 적으면서도 정확한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내비게이션 수술은 그런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수술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