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본질적인 경쟁력을 흐리는 불필요한 스펙과 개인정보 때문에 지원자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폐해를 없애고 신입사원 교육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역량 중심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82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4.6%의 기업이 향후 ‘역량 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삼성 직무에세이 신설..스펙 ‘No’ 능력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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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내년부터 직무에세이 관문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직무별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를 선발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자격을 줄 방침이다. 삼성의 채용 단계는 기존의 ‘SSAT-실무면접-임원면접’ 3단계에서 ‘직무적합성 평가-SSAT-실무면접-창의성면접-임원면접’의 5단계로 바뀐다.
삼성 관계자는 “출신대학이나 어학연수 경력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반영하지 않기 위해 직무적합성 평가 과정을 추가한 것”이라며 “직무에세이에 실제 경험담 등을 구체적으로 적는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은 학력, 학점, 전공, 어학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으로 인성에 대한 검증 강화, 마케팅 역량 평가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최초로 ‘잡페어’(Job Fair)를 실시했다. 인사담당자의 채용 관련 심층 상담과 함께 면접용 메이크업을 시연하기도 했다.
김세영 인크루트 연구원은 “삼성이 내년부터 역량평가에 초점을 맞춰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다른 기업에도 이 같은 방향으로 채용과정을 수정중인 상태”라며 “때문에 역량 평가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용도 ‘슈퍼스타 K’처럼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려는 오디션 방식의 채용도 확대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출신학교, 학점, 어학 점수를 보지 않는 오디션 방식의 열린 채용인 ‘SK 바이킹 챌린저’를 도입해 전체 채용규모의 10%를 선발하고 있다. 입사지원서에는 이름, 나이, 성별, 최종 졸업연도 정도만 적으면 된다.
다만 서류전형을 대신할 자기소개서와 필기시험을 대신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이 프리젠테이션은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해 어떤 역량을 쌓아왔는지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선발되면 인턴십 과정을 거쳐 6개월 후에 신입사원으로 채용된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소프트웨어(SW) 직군에 ‘LG코드챌린저’ 채용 도입했다. LG코드챌린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경연대회다. LG전자는 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서류 전형 없이 바로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진행한다. LG코드챌린저를 통해 증명하는 개개인의 ‘실력’이 기존의 ‘서류전형’을 대신하는 셈이다.
포스코는 채용 연계형 ‘챌린지 인턴십’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원자들은 지원서에 학력·학점·어학 점수·사진 대신 자신을 설명하는 에세이를 써내도록 했다. KT는 기존 수도권 중심에서 진행하던 자체 채용설명회 ‘KT 스타 오디션’을 각 지역에서 실시해 지역 거점대학 출신 인재를 우대하기도 했다.
황소영 HR코리아 상무는 “경험을 쌓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하는데, 의미가 담기지 않았다면 또하나의 스펙쌓기에 불과할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이 관련 업무 역량을 쌓는 데 어떤 도움이나 의미가 됐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스스로 정리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