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80대 연모씨는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발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연씨만이 아니다. 정부는 4차 백신 접종 대상을 60세 이상 고령층, 즉 확진 시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넓히자 “도대체 몇 차까지 맞아야 하나, 꼭 맞아야 하나”라며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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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15일 거리두기 전면해제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고령층은 일단 감염되면 다른 연령대보다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백신 효과가 약화된 고위험군이라면 4차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이달 첫째 주(4월 3~9일) 기준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이 20.1%를 넘기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다 같은 기간 위·중증자 중 60세 이상의 비율은 85.7%, 사망자 중의 비율은 94.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고령층에선 백신 접종이 꺼려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김모(74)씨는 “대체로 뒷산에 가거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꼭 맞아야 하나 싶다”며 “자꾸 맞으면 오히려 면역력이 더 떨어지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서울시 마포구 고깃집에서 일하는 60대 초반 이씨는 “맞으라니 맞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2차 때 부작용이 심했어서 솔직히 고민된다”고 망설였다. 서울의 김모(76)씨는 “작년 3차 백신을 맞은 다음 일주일 정도 고생한 경험을 하니까 맞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일단 아들딸이랑 의사 말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고령층과 함께 살고 있는 동거 가족들도 고심 중이다. 부모님, 80대 할머니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김모(31)씨는 “저랑 다른 가족들이 사회생활하면서 계속 돌아다녀 옮길 수 있으니 4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할머니께 말씀은 드렸다”면서 “이제는 계절독감 백신 느낌인데, 당장 급하게 맞아야 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주부 진모(56)씨는 “아버지가 당뇨를 앓고 계셔서 4차까지 맞긴 부담이 될까봐 의사와 먼저 상담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사례 등을 들며 고령층의 4차 접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선 이미 고령층 대상 4차 접종을 실시하는 중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미국은 50대 이상, 유럽연합(EU)은 80대 이상에 4차 접종을 권고했다”며 “고령층에게는 백신이 생명 보호 수단이고, 중요한 예방 대책인 만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접근성을 지원해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