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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탄소중립, 더 세졌다…산업계 초비상(종합)

최훈길 기자I 2021.10.18 17:08:06

文대통령 “더 속도 있게 온실가스 감축”
탈석탄·탈원전 강화, 신재생 11배 확대
정부 내부선 “공무원 직권남용 우려돼”
산업계도 난색 “맞춤형 지원 대책 시급”

[이데일리 최훈길 임애신 공지유 경계영 기자] 문재인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당초보다 더 매서워졌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온실가스를 보다 빠르고 폭넓게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지원 대책은 불분명한데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공무원 직권남용 문제를 우려하고 있어 ‘과속 정책’ 진통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文대통령 “탄소중립, 국가 명운 걸린 일”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서울 노들섬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앞서 발표한 초안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각각 2030년, 205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공식 확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며 “더욱 속도감 있게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확정안은 초안보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 수준이 강화됐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기로 확정됐다. NDC 40%는 초안과 같지만 부문별 감축 목표에서 국외 감축분은 줄어들고, 국내에서 줄여야 하는 감축분(농축수산·천연가스 탈루)은 늘어났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도 초안보다 감축 목표치가 높아졌다. 당초 초안은 2050년 배출량이 일부 포함된 3개안이었으나, 최종본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없는 2개안으로 정리됐다. 최종본 2개안 모두 산업계가 감축해야 하는 목표치가 높아졌다. 화석발전을 전면 중단하고, 휘발유·경유차를 전기·수소차로 전면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계획대로 가면 탈석탄·탈원전으로 가게 된다. 현재 석탄(41.9%), 원자력(23.4%), LNG(26.8%), 신재생(6.2%) 발전 비중이 2050년에는 석탄·LNG는 각각 0%, 원자력은 6.1%까지 감축된다. 신재생은 2030년 30.2%, 2050년 최대 70.8%로 현재보다 발전량이 최대 11배 늘어난다.

전기요금, 통행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탄소중립위 NDC 검토반은 “탄소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하고 전기요금 가격신호를 강화해야 한다”며 “주차요금·혼잡통행료 강화 등으로 승용차 통행량을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 내달 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거쳐 12월에 정부안을 UN에 공식 제출할 예정이다.

◇무리하게 강행하면 후유증 불가피

문 대통령이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18일 밝혔지만, 산업계 불안은 큰 상황이다. 감축 목표치는 뚜렷하게 제시됐지만 지원 대책은 불분명해서다. 정부는 NDC 확정안을 이날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2050년까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당초 초안(5310만tCO2eq)에서 5110만tCO2eq로 강화했다.

산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인프라가 열악한데 정부가 과속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로 “특히 (2050년) 산업부문 배출량은 초안보다 더욱 강화된 수준으로 설정됐다”며 “2030 NDC 상향안의 산업부문 감축목표 역시 당초 알려진 수준보다 높게 설정돼 기업들은 앞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감축 및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 삶에 큰 도전과제이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에서 “획기적 탄소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 기술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비용 추계는 전혀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지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업종·규모별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선 공무원 직권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탄소중립위가 공개한 내부검토 의견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석탄화력 조기폐쇄에 대해 “2031~2035년 중단 예정인 석탄발전소 감축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의 배임, 정부의 직권남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리하고 급격하게 추진하면 저항이 커질 것”이라며 “기업·소비자 부담까지 전반적으로 검토해 탄소중립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자료=2050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자료=2050 탄소중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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