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안 입었다고 총살…여성억압 시동거는 탈레반

김보겸 기자I 2021.08.18 17:00:17

"탈레반 눈에 안 띄어야"…부르카 찾는 여성들 급증
가격 10배까지 오르는데 "사고 싶어도 못 산다"
남자 친척 동행해야 외출 허가하는 샤리아 탓

탈레반이 부르카 착용을 하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우려했던 여성 억압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전날 타하르 지역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은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여성을 그의 부모님이 안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다.

탈레반이 전날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발표한 지 하루만이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들이 부르카 대신 얼굴과 모발을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며 “탈레반 치하에서도 여성이 대학을 포함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여성 인권을 억압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처사다.

하지만 실제 목격자들의 증언은 다르다. 아프간 곳곳에서 여성들은 탈레반의 눈에 띌 것을 우려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들도 교육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탈레반 발표가 무색하게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대학 정문을 지키며 여학생들이 캠퍼스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지역에선 탈레반이 여학교를 장악하고 폐쇄시키기도 했다.

사실상 탈레반이 부르카를 강제화하며 부르카 가격도 뛰고 있다. CNN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부르카를 찾는 여성들이 몰려들면서 가격이 10배 올랐다. 미군 철수는 지난 4월 결정됐지만, 탈레반이 이렇게 일찍 정권을 장악할 지 예상하지 못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카불에 사는 한 여성은 “나와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가 함께 쓸 부르카가 한두 개 뿐”이라고 말했다.

부르카를 사고 싶어도 사러 나가지 못한다는 호소도 나온다. 탈레반이 내세우는 샤리아는 여성들로 하여금 남자 친척이 동행하지 않으면 집 밖을 나서지도 못하게 해서다.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탈레반의 장악 이후 아프간 인권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4일 특별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는 이슬람협력기구(OIC)의 조정자 역할을 맡고 있는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목록에 따르면 이번 특별회의 동의국가에는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옵서버 지위를 가진 미국도 없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탈레반, 아프간 장악

- “자위대 파견 늦었다”…日여권도 아프간 탈출작전 비판 - 靑NSC, 아프간 협력자 후속조치 협의…대북 노력도 강화키로 - 13년전 바이든 도왔던 아프간 통역사, 백악관에 "구해달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