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조사들이 특허를 공개한다고 해도 관련 기술별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술과 기초기술을 모두 갖춘 회사여야 백신의 공급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백신 지재권 면제 협상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데다, 백신 제조사들의 특허 공개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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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교적 예방효능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는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업화 단계의 mRNA 백신을 원액부터 완제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국내에서는 에스티팜(237690), 한미약품(128940) 정도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이달 중 중간급(mid-scale) 규모 mRNA 생산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mRNA 백신을 연 240만 도즈(1회 제공분)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후에는 연간 1억2000만 도즈까지 상업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스위스 제약사인 제네반트 사이언스로부터 mRNA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지질 나노 입자(LNP) 약물 전달체 기술을 도입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에스티팜은 “제네반트의 LNP 약물 전달체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개발, 생산해 아시아 12개국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mRNA 백신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평택 공장을 갖고 있다. mRNA를 만들기 위한 뉴클레오타이드, 플라스미드 DNA, mRNA를 합성할 수 있는 효소 제조 능력도 있다. 다만 mRNA를 LNP로 감싸 원액을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까지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재권이 면제된다고 해도 넘어야할 장애물은 많다. 원자재 수급과 생산시설 구축까지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mRNA 백신의 원부자재는 초과수요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공급계약을 맺기도 어려울 정도다. 노바백스 백신 원료인 면역증강제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백신 생산을 위한 수억 도즈 규모의 생산시설 마련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백신 제조사들이 지재권을 풀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화이자의 mRNA 제조기술은 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트라이링크로부터 이전받았다. 화이자는 LNP 기술도 미국 아뷰튜스, 스위스 제네반트 사이언스로부터 가져왔다. 모더나도 LNP 기술 사용에 대해 아르부투스 바이오파마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 방침에 따라 화이자와 모너나가 지재권 면제에 동의해 국내 제약사들이 백신 생산에 나선다고 해도 이들 원천기술 제약사들이 특허소송을 걸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합성항원 방식과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원천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춘 국내 제약사는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지재권 협상이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우리나라가 상업생산 경험이 없는 mRNA 생산기반을 갖추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들이 얼마나 많은 범위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특허를 열어두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