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랬던 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해외를 중심으로 주식형펀드의 인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쏠쏠한 수익을 안겼던 중소형주펀드가 죽을 쑤고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이 미미해지자, 안전한 투자대상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 고객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몰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해외 주식형펀드에 2조2154억원이나 몰렸는데, 올해는 상반기가 지났는데 들어온 자금은 146억원에 불과하다. 때마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등 전례를 찾기 힘든 불확실성도 증폭됐다.
김 부장은 “최근 들어 가격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수익률이 양호한 채권형펀드를 투자자들이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채권의 시대’다. 대내외 경제가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너도나도 대표 안전자산인 우량 채권에 몰리고 있다. 현재 금리는 20세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2일 KG제로인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3조6002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해 들어온 자금이 8997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남짓한 기간에 네 배 이상 더 많이 돈이 몰린 것이다.
반대로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같은 기간 2조5535억원가량 순유출됐다. 지난해 순유출 규모(4조429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저금리 기류다. 국내 3·5년 중기물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연 1.25%) 아래로 내려와있다. 채권수익률이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 쳐도 투자 수요는 식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국채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떼일 염려가 없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다.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가 다소 회복은 하고 있지만 중국 유럽 등의 경제 상황은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글로벌 투자처가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채권의 선호도는 더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