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천권 행사를 둘러싸고 계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1일 새누리당 친박계(친박근혜계) 사이에서 전략공천의 여지를 두는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공천학살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앞둔 시점. 당시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저승사자’로 불렸다. 당시 영남권 현역 의원 62명 중 27명이 대거 물갈이됐다. ‘공천 쓰나미’로 불리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포함해 서청원·김재원 의원 등도 이때 공천에서 탈락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다. 당 주류였던 친이계(친이명박계)가 이방호 사무총장을 앞세워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들을 공천에서 대거 배제했다.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제의 하나인 이른바 ‘국민공천제’를 파워브랜드화 한 것은 이같은 ‘공천학살’의 재연을 피하기 위해서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안심번호 공천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친박계 사이에선 ‘전략공천’의 여지를 두는 발언들이 솔솔 나오고 있다. ‘공천전쟁’의 신호탄인 셈이다.
공천이란 칼날은 양날이다. 힘이 센 쪽이 약한 쪽을 밀어붙여 일거에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당권·대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학살의 대상이 달라진다. 2012년 19대 총선때는 상황이 역전됐다. 친박계에 권력이 넘어왔다. 주도권은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 의원이 잡았다. 박영준·박형준·안상수 등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박계에서 밀려 있던 김 대표는 또 한번 공천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전략공천은 없다’는 기조를 누차 천명한 김 대표 발언 배경엔 이러한 공천학살의 경험이 깔려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정의화 국회의장도 김 대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정 의장은 “전략공천이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천만 있을 뿐”이라고 전략공천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 또한 김 대표와 함께 지난 19대총선 때 공천 탈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구사일생한 바 있다.
당과 청와대가 공천권을 놓고 충돌한 가운데 “청와대가 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략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게 현실론이다.
역대 공천학살에 비춰보면 이상론이라 할 만한 ‘무(無)전략공천론’도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전략공천은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전략이냐”며 “대통령도 친박계를 심어선 안 된다. 당권과 대권 분리를 위해 노력한 분이 지금 와서 달라져선 안 된다”고 했다. 최진 경기대 교수도 “모든 대통령이 퇴임 후 자신의 안전과 영향력 확보를 위해 자기 세력 극대화 노력을 하는데 의지대로 안 된다”면서 “민생정치로 민심을 얻는 노력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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