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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엘리엇의 교훈…삼성 위기관리 '제로베이스' 재검토

이재호 기자I 2015.06.22 19:30:00

계열사 책임론 부상
경영진단후 재발 방지책 마련에 총력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하며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 삼성 계열사 사장이 털어놓은 심경이다.

삼성물산(000830)제일모직(028260)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소송전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초기 대응에 실패해 사태를 악화시킨 사례들이다.

메르스와 엘리엇 사태는 삼성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허점을 정비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있다. 삼성은 그룹 전체의 위기대응 시스템 혁신에 나서는 한편 문제가 생긴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과 문책인사를 병행하는 등 재발 방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참담, 송구, 자숙…삼성의 각성

메르스 사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을 거느리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직후 터진 악재라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삼성의 새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진 이 부회장에게 자칫 메르스 대응 실패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8일 삼성서울병원을 직접 방문해 “메르스가 확산돼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엘리엇 파동도 위기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메르스 사태와 다르지 않다. 특히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수뇌부 가운데 상당 수가 삼성물산 출신임에도 합병 과정을 매끄럽게 이끌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 움직임을 미리 파악했지만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미래전략실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위기의식을 느낄 만한 일이다.

◇재발 방지책 마련에 주력

삼성은 메르스 사태가 수습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절차로 완료되는대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들여다 볼 계획이다. 그룹 컨트롤타워와 계열사 간의 소통 창구를 재정비하고, 의사결정 구조 개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에 대해서는 경영진단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위기대응 조직 및 인력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사장단이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만큼 경제적 보상이 이뤄질 지도 관심사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관련 진료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으며, 사태가 진정되면 추가적인 지원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합병 성공을 위해서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물밑 협상을 벌일 공산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이번 메르스와 엘리엇 사태가 큰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위기대응 체계 점검을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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