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엔-원 환율이 넉 달만에 세 자릿 수를 보인 것은 원화 강세, 즉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엔-원 환율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환당국 개입 강도 세질 듯
13일 외환시장에서 엔-원 환율은 종가 시점 외환은행 고시기준으로 100엔당 999.41원까지 떨어졌다. 달러-원 환율이 종가 기준 연 저점을 경신하며 1022.1원까지 하락했고, 달러-엔 환율은 102엔대로 올라섰다. 이날 엔-원 환율 하락을 이끈 것은 원화 강세다. 올해초 달러 강세가 달러-엔 환율을 105엔까지 높이며 엔-원 환율 하락을 주도했던 것과는 흐름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엔 달러-엔 환율은 105엔대를 보인 반면, 달러-원 환율은 1050~1060원선에서 거래됐다.
엔-원 환율 하락을 원화 강세가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외환당국의 달러-원 환율 하락을 경계하는 개입 강도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을 경계하는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환율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발언을 내놨고, 한국은행에선 어제(12일) 발표된 사상 최대 거주자 외화예금(4월말 525억달러) 중 달러 매도물량보단 달러 매수물량이 더 많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외환당국은 이날 오후 수출입 업체를 8개월만에 소집해 환율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외환당국의 노력에도 달러 매도물량이 우위를 보이면서 환율은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엔-원 환율이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가 될 수 있다”며 “엔-원 환율 1000원을 보고 구두개입이 나왔단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여전히 하락쪽에 유효한 만큼 외환당국이 타이밍을 봐서 개입을 세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엔-원 세 자릿 수 불가피
그러나 엔-원 환율이 당분간은 세 자릿 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일본이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가 나설 가능성이 높인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달러-엔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에도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누적된 달러 매도물량이 달러-원 환율 하락을 부추길 경우 엔-원 환율 하락폭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분석이다.
외환당국의 달러-원 환율 개입 명분이 약하단 지적도 나온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1분기 선물환 매매동향을 보면 선물환은 달러 매도가 아니라 매수”라며 “전혀 아래쪽으로 쏠려 있지 않다. 시장 심리 자체는 안 빠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환율 하락세는 투기세력 등에 의한 쏠림 현상이 아니라 경상수지 누적흑자와 장기 투자자금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딜러는 “여전히 (달러를) 팔 사람이 많음에도 (달러를) 살 사람들이 (선물환 시장에서) 먼저 산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팔 사람들이 많이 있단 얘기”라며 추가로 달러-원 환율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딜러도 “외환당국이 달러-원보다 엔-원을 더 신경쓴다는 얘기가 있지만, 강력한 실개입(달러 매수)이 나오지 않는 이상 엔-원 환율이 1000원 밑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엔 환율도 서서히 오르는 느낌이라 세 자릿 수가 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엔저가 지속되면서 900원대 후반에 머물 것”이라며 “이전보단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