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전 차장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 24일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4월 11일주부터 공판갱신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판은 매주 두 차례 진행된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요청한 매주 월·화요일 재판이 가능한지를 검토한 후 구체적 공판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공판갱신절차는 임 전 차장 측의 동의에 따라 서증과 기존 증인신문 내용을 토대로 핵심 쟁점별로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쟁점에 대해 양측이 의견을 주고받은 후 임 전 차장 측이 해당 증인에 대한 녹음 재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정에서 녹음파일을 듣기로 했다.
이 같은 공판갱신절차는 임 전 차장 측이 기존 입장을 철회해 가능하게 됐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1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존에 증인신문을 진행한 증인 106명 중 법원행정처 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핵심증인 33명에 대해선 증인신문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른 기존 증인 중 법원행정처 실장급 등 44명에 대해선 ‘주요증인’으로 분류해 증인신문 녹취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갱신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기존 증인 중 29명에 대해서만 간이 갱신절차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형사소송법은 재판부가 변경되는 경우 공판을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규칙은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증거기록 제시 등의 방법으로 갱신 절차를 갈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기존 증거조사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일일이 재생해야 한다.
검찰은 이 같은 임 전 차장 측 입장에 난색을 표했다. 증인 11명에 대한 공판 갱신절차에 4개월이 걸렸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을 언급하며 “증인 33명에 대한 갱신절차만 1년을 진행해야 한다. 절차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판 갱신절차를 오래 끌어야 할 절차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당초 녹음파일 재생을 강력 주장했던 임 전 차장 측은 법정 밖에서 재판부 및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선별적 공판갱신절차에 동의했다.
사법농단 기소 1호 법관인 임 전 차장은 현재 3년 4개월 가까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 사건이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거나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재판 속도가 가장 더디다.
임 전 차장이 이전 재판장이었던 윤종섭 부장판사와 수차례 충돌하며 재판은 수차례 중단되길 반복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임 전 차장의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지난해 12월 중단됐던 재판은 법관 인사를 통해 윤 부장판사 등 기존 재판부가 전보 조치된 후에야 3개월 만에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