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세차게 날리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효자동 인근도로에서 방화복과 구조복을 입은 소방관들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소방관들 250명가량이 모였으며, 화재진압 때 착용하는 헬멧과 산소통까지 메고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날 집회를 열고 평택 창고 공사장 화재로 인한 소방관들의 순직 사고와 관련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작년 7월 조직된 소방공무원 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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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온 한 소방대원은 “현장에서 동료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며 “더 이상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만 볼 수 없어서 나왔다”고 했다. 전북에서 온 30대 구급대원은 “동료의 희생을 기억하고 기리며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스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당한 예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방노조는 재난현장에서의 희생에 정부와 소방청이 합당한 대우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은애 소방노조 위원장은 “소방공무원의 희생이 계속 이어지는 건 현장의 상황과 괴리되고 책임 회피를 위한 면피성 정책만을 내놓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며 “평택 화재 순직사고의 진상조사를 통해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도 연대발언을 통해 “작년 제59주년 소방의 날에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관 희생과 헌신에 최고의 예우로 보답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며 “각종 재해·재난 현장에서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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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소방노조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현장지휘관의 능력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소방행정과 현장 대원을 분리 채용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이 배출되는 혁신적 조직구조를 도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은희 소방노조 전북본부 조합원도 “반쪽짜리 국가 소방 조직을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온전한 국가 소방 조직으로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면서, 최전방에서 근무 중인 구급대원은 인건비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데에도 비판이 나왔다. 김길중 소방노조 서울본부 지부장은 “한 현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의 자격을 구분해 의료업무수당을 지급하는 몰지각한 잣대를 중단해야 한다”며 “응급구조사가 간호사보다 더 못한 구급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의료현장에서 위화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