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야당이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한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고심하고 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통과 전날인 13일 윤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바 있다.
국회증감법 개정안은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법안이다. 개정안은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동행명령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재계는 영업비밀 노출과 총수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국회선진화법으로 도입된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며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농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담은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의 경우 정부·여당이 “국가 재정 부담을 키우고 농업 구조를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다만 이들 법안들의 경우 이미 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탄핵소추 이전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는 점에서 한 권한대행으로선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거부권 행사 시점인 21일 전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17일 최종 결론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일반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다. 아직 정부 이송이 안 된 이들 법안은 각각 계엄 사태와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한 권한대행으로선 쉽사리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로 탄핵소추되고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 시 ‘수사 방해’라는 거센 비난이 일 수 있다.
특히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라는 점에서 비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내란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인 한 권한대행이 자신과 관련한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적·법적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법안은 지난 12일 본회의 표결 당시 공개 투표로 진행됐음에도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온 바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재표결에서 의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으로선 야당과 갈등을 겪으면서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여당이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이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으로선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여당과의 선을 긋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권한대행에겐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전현희 최고위원도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거부권 등을 남용하는 것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과 법률의 원칙이 정한 범위 내에 당당히 권한 행사하시길 바란다”며 “민주당 협박에 굴복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